인천지역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출장 세차업체들이 이른바 '카르텔'을 형성해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업계의 호소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에서 출장 세차업체를 차린 지 두달째인 A씨는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1천4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게 차량 7대 세차 예약을 받고 갔다가 차량을 닦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A씨를 몰아낸 것은 다른 여러 출장 세차업체들이었다. 당시 A씨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첫 번째 차량을 세차하고 있었는데, 차량 여러 대가 A씨의 차량을 앞뒤로 막더니 10여 명이 "나가라"고 위압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송도는 (세차업체들이) 연합이 돼 있어 업체별로 영업장이 나뉘어 있다"며 "여기서 영업하지 말라"고 A씨에게 언성을 높였다.

또 "아파트와 계약했다"거나 "누가 여기서 1만원 싸게 영업하라고 했느냐"고 A씨에게 따지기도 했다.

A씨는 "송도로 처음 영업을 나갔는데, 출장 세차업체 사장들이라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계속 영업을 방해했다"며 "결국 해당 아파트를 맡은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예약된 손님 차량을 넘겨주고 나왔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와 남동구 논현동 등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월정액으로 출장 세차를 하는 일부 업체가 뭉쳐 아파트별로 영업구역을 나누고 있다.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다른 업체들이 아파트에서 영업하는 것을 막고, 세차 가격을 담합했다는 게 상당수 출장 세차업체들의 주장이다.

아파트 단지에 전화번호가 적힌 홍보용 명함만 돌려도 "우리 구역이니 영업하지 말라"는 전화가 온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막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천 출장 세차업체 대표 B씨는 "무슨 근거로 아파트 전체가 본인 구역이라고 우기는지 알 수도 없고, 싸우기 싫어서 송도나 논현동 쪽은 아예 가지 않는다"며 "그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요금을 받아 주민들만 '봉'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를 차지한 업체들이 아파트와 계약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각 아파트 측은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와 세차업체가 영업권을 계약하지 않았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