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미세먼지 소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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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봄은 흑백으로 오고/깨어있는 봄은 총천연색으로 오리라."

'봄의 예언'(강효수)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의 표현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봄은 잠들어 있다. 국토가 온통 잿빛이라 총천연색하고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경칩(驚蟄)에 잠이 깬 개구리가 숨이 막혀 다시 땅굴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나 왕년에 올챙이 적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하면서. '미세먼지 가득한 소행성'이라는 제목으로 경인일보에 게재된 인천 송도의 모습(사진)은 이처럼 미세먼지에 갇힌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미세먼지에 큰 책임이 있는 중국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영 마뜩잖다.

비유를 하나 들어본다. 한 아파트에 층간소음으로 악명높은 집이 있다. 그런데 아파트 부녀회장이 그 집만 빼고 아이가 있는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음을 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중국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면서 자국민에게 차량 2부제나 독려하는 정부가 그 모양새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고 '국외 미세먼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살인사건 현장에 투입된 경찰이 마피아 보스의 총구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것은 애써 외면한 채 바닥에서 증거를 찾는 척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주범으로는 중국 동안지역에서 발생하는 산업스모그가 꼽힌다. 이 스모그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이다. '스모그'를 얘기하니 그 악명높았던 '런던 스모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52년 12월 석탄 연소로 배출된 연기가 대기로 확산하지 못하고 지면에 정체하면서 1만2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환경 참사가 런던스모그 사건이다. 물론 67년 전의 런던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단순한 비교는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국외에서 초미세먼지가 지속해서 유입됐고, 국내 발생 오염물질이 퍼지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면서 고농도 현상이 이어졌다'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에서 뭔가 교집합의 빗금이 엿보인다.



정부는 이제라도 중국이라는 문패가 달린 집의 초인종을 거세게 눌러야 한다. 이어 주인이 문을 열면 "댁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못 살겠어요!"라며 거세게 항의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외교 보다 중요한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봄의 예언'의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침묵하는 봄은 기어 오고/행동하는 봄은 뛰어 오리라."

/임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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