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 공허속 국민은 무기력
또다른 심각성은 '인구감소 문제'
취업난에 결혼 포기 출산도 꺼려
작금의 재앙 모두 힘모아 해결해야

"1999년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이 부활하리라"는 기록을 근거로 노스트라다무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멸망시기를 1999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점친 멸망의 원인은 핵미사일, 소행성 또는 혜성과의 충돌 등 해석도 분분했지만 인류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앙골모아'가 부활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하늘을 보면 또 다른 '공포의 대왕'이 도사리고 있는 듯 느껴진다. 바로 초미세먼지다. 모든 생명체는 호흡을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숨이 막힌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말과 같다.
미세먼지가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포(肺胞)까지 침투하여 축적되며, 경우에 따라선 혈액을 따라 전신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물질이다. 더 한심한 건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온 나라를 뒤덮어도 뾰족한 해법과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은 공허하고 국민은 무기력증에 빠졌다. 마스크 착용, 차량 2부제, 경유자동차 증가 억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한 달간 정지, 미세먼지 다량배출 사업장의 조업시간 변경, 비상 저감조치 시행, 대형 미세먼지 타워, 인공강우 등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칠레에 이어 두 번째이며, 초미세먼지로 인한 심질환, 뇌졸중에 '급성하기도호흡기감염 및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생소한 병 때문에 1만1천924명이나 조기에 사망했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서구 언론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쳐 '에어포칼립스(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론)'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으로 느린 속도로 종말(?)을 예고하고 있는 저출산은 또 하나의 '앙골모아'이다. 출산율이 1.23명이던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긴급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작금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인구가 2천468만 명으로 줄어들고, 2500년에는 2010년 인구의 0.7%인 33만명으로 축소되어 한민족이 소멸하고 한국어도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2018년 출산율은 첫 0점대(0.98명)로 추락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국민세금 150조를 넘게 쏟아 붓고도, 출산·육아 불능사회가 된 것이다. 저출산은 한국이 지구상 첫 인구절멸국가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최대 위험요소이다.
자녀를 통해 종족을 유지하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그런데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며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한 부부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을 꺼려 하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종족 유지의 인간적 본능마저 포기한 채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용·근로환경·주거·양육·교육 시스템이 출산 친화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미세먼지, 저출산과 같은 '공포의 대왕 앙골모아'의 부활은 우리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다. 정부와 국회, 기업,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겸임교수·전 여주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