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복통·설사·체중감소 지속땐 의심해야
혈변·항문 통증에 구강 등 장외증상도
원인 모르고 완치 안돼… 완화에 초점
'완전장관영양법' 이달부터 건보 적용


크론병(Crohn's disease).

다소 생소한 이름 같지만, 1932년 미국 의사 '크론'이 처음 보고한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입에서 항문 사이 소화관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말한다. 한때 가수 윤종신이 투병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1만6천728명에서 2018년 2만2천408명으로 최근 5년간 34% 증가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인 10대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크론병 10대 발병률은 2009년 10만명당 0.76명에서 2016년 1.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 설사, 체중감소다. 이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들 증상과 함께 혈변, 발열, 항문 주위 통증이나 구토, 구강 내 통증,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상용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크론병 환자의 10%는 진단될 때, 30% 정도는 진단 1년 이내에 구강, 피부, 관절, 간, 눈 등에 장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크론병의 장벽 전층 염증은 장의 섬유화와 협착을 일으켜 창자 막힘을 유발하거나 농루를 일으키고 미세한 장천공 또는 누공을 초래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크론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 인자, 서구화된 식생활, 항생제 남용, 흡연, 약물, 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사회적 요인이 면역 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론병에 걸리는 소아청소년은 20~30% 정도에서 가족력을 갖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확한 유전적 소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정제 설탕, 트랜스 지방 섭취 등이 많은 경우 크론병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정도다.

크론병이 의심되는 경우 대변 배양 검사와 대장내시경, 상부위장관내시경, MRI(자기공명영상촬영) 등 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여러 혈청학적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소아청소년기 크론병 환자들의 치료는 증상 완화와 신체 성장 등을 유지하고 치료 약제의 독성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진행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에서는 소아청소년 크론병 치료에 완전장관영양법(exclusive enteral nutrition)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문제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사용이 어려웠지만, 올해 6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하게 돼 소아청소년 크론병 치료에 좋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상용 교수는 "원칙적으로 크론병은 현재까지 완치가 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지속적이고 철저한 치료와 관리로 정상에 가까운 생활도 가능하다"며 "소아청소년 크론병 관리를 위해서는 완전장관영양법과 약물사용을 포함한 내과적 치료, 합병증 발생에 따른 적절한 외과적 치료, 영양 재활, 심리·사회적 지지, 성인 후 대장암 선별 검사 등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