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책임 교사 한 명이 맡아
민원처리·내용 기록등 '직무 과중'
도교육청 조치도 '탁상행정' 비판
"학생들 보호하는 방법 생각 할 때"
올해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로 전근 온 A교사는 학생생활부장을 맡았다.
이후 지난 5월께 교내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책임교사인 A교사는 '업무지옥'에 빠졌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작성한 문서만 30여개.
학폭위 회의내용을 속기록 형태의 문서로 남기는 것도, 피해·가해 학생에 대한 보호와 지도 또한 A교사의 업무다. 관련 학부모 민원처리도 혼자 도맡아 처리해야 했다. A교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도 야근해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25년 경력의 B교사는 "그 무엇보다 학생들이 걱정된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용서와 화해, 재발방지교육과 심리상담을 해 주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며 "피해 학생 챙기기도 바빠서 가해 학생 상담은 뒷전으로 밀리고, 덩달아 일반 학생들 수업 등도 소홀해지고 있다"고 자책했다.
책임교사 한 명이 학폭위 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현행 학폭위 제도로 인해 책임교사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 피해는 학폭과 관련된 가·피해 학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학폭위제도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학교 현장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매뉴얼만 있을 뿐 학생상담 등 실제 현장업무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건수는 지난 2013년 1만7천800여 건에서 2017년 3만1천여건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도내 심의건수도 같은 기간 3천476건에서 7천329건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도 교육청도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함을 인지하고 매뉴얼을 개선하고, 학생위기지원단을 출범하는 등 각종 조치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탁상행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핵심인 학생이 빠진 까닭이다.
대표적인 게 상담시설 부족이다. 학생 상담을 담당하는 Wee(We· Education·Emotion)센터는 도내 교육지원청마다 1개씩 25곳에 설치돼 있지만, 상담교사는 정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도내 4곳에 설치된 '진단, 상담, 교육 치료'를 한 곳에서 진행하는 병원형 Wee센터도 수용 정원이 모두 차 대기자가 줄을 선 지 오래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가해 학생의 지도를 위해 상담시설로 보내고 싶어도 순번이 너무 길어서 맡길 수가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학폭업무 전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생활지도 선생님
입력 2019-07-08 22:02
수정 2019-07-0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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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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