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대한적십자사 과천 중앙동 봉사원은 몸이 고단해도 찡그리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것이 '봉사의 마력'이라며 그 동력으로 20년간 6천시간을 일해왔다고 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힘든일 웃으며 활동 어느새 건강회복
회장시절 어르신들 수의 만들어 전달
도움 받았던 사람 재능기부땐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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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시작하던 20년 전보다 지금이 더 건강해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과천 중앙동 봉사회 김명숙(59)씨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사연은 '없다'. 2002년 아는 언니의 "의미 있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적십자봉사회를 찾았던 것이 계기의 전부다.

하지만 별다른 인연 없이 지금까지 6천 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김씨는 다문화가정 지원, 몸이 불편한 어르신 온천나들이 사업, 비닐하우스 화재 구호물품 전달 등 재난이 발생한 전국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그는 그의 오랜 봉사이력 어느쯤에 있는 청주 수해를 떠올렸다.

"당시 새벽부터 피해 입은 가정을 방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쉬지않고 각종 가재도구를 정리했는데, 잠깐 허리를 펴니 나도 모르게 '아~아프다'고 말이 나왔다. 근데 함께 있던 봉사원들 모두 힘든 그 상황을 싫다 하지 않고 찡그리지 않고 웃었다. 그게 봉사의 마력이다."

김씨는 과천중앙동 봉사회에서 6년간 회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딸이 수의를 만들어주면 무병장수한다'는 속설에 딸의 마음으로 '수의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공모사업 지원금과 회원들이 낸 회비로 전체 사업비의 20%를 부담해야 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회장으로 일하는 기간 내내 이어졌다.

매주 하루를 정해 3월부터 10월까지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만든 수의 4벌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전달됐고, 우수 봉사 사례로 적십자 경기도지사 표창까지도 받았다.

봉사는 김씨에게 삶의 활력도 돌려줬다.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허리가 안 좋아 걷는 게 불편할 정도였지만 과천 시내 이곳저곳서 청소·배식봉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건강이 나아지고 왠지 모를 뿌듯함에 삶의 활력도 살아났다는 것.

봉사를 몰랐으면 지금의 삶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요즈음 봉사 현장을 다니다 보면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남을 돕겠다며 네일아트 등 재능 기부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며 "적십자 활동 초기에는 남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활동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되레 복이 돼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족들의 배려로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김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배웠던 것들이 가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감사했다"며 "앞으로 살아가면서 채우고 싶은 것은 없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짓는다.

과천/이석철·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