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어 또… 600마리 폐사
용존산소 부족 추정후 조사종결
"남동유수지 생태계 불안 징조"
환경단체 "정밀조사·대책" 촉구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근 인공수로에서 숭어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7월 29일자 7면 보도)됐지만, 관련 당국은 그 원인만 추정했을 뿐 후속 조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불안정해지고 있는 징조이기 때문에 정밀한 조사와 함께 생태계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송도국제도시 송도바이오산업교 인근 인공수로에서 숭어 600여 마리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지난달 27일 수로에서 숭어 150여 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인근에 사는 주민이 발견해 관련 당국이 모두 수거했는데, 다음날에는 무려 45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 수로에서는 2017년에도 숭어 15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로에는 바닷물이 오가고 민물도 유입되고 있다.

숭어뿐 아니라 붕어 등 민물고기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수로 인근 남동유수지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들의 집단 서식지다. 인공적으로 조성했지만,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조성된 공간이다.

인천경제청 등이 숭어 집단 폐사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수로의 물과 숭어 사체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유해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수로에 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지난달 26일 장맛비가 내려 수로 물의 용존산소량(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 급감하고, 염분농도가 줄어들면서 숭어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수로에 사는 붕어는 죽지 않았고, 숭어만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뭄이 지속하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내려서 용존산소량이 급감하는 등의 환경적 변화로 숭어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숭어 집단 폐사의 원인만 추정했을 뿐 후속 조치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해당 수로와 인근 남동유수지의 생태계가 불안정하다는 신호라며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6년 7월 말 남동유수지에서도 저어새를 비롯한 여러 종의 조류가 '보툴리누스 중독증'(보툴리즘) 때문에 집단 폐사한 사례가 있다. 보툴리즘을 일으키는 보톨리눔 세균은 여름철(7~9월) 흙 속 산소농도가 낮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 증식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숭어가 살기에 맞지 않는 환경이 일시적으로 조성돼 폐사했다면 생태계가 불안하다는 의미"라며 "해당 수로는 남동산업단지와 승기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 있고, 남동유수지에서도 철새가 집단 폐사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일대 생태계와 관련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