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지점, 단지와 인접 잇단 민원
"집값하락 이유로 옮기는 건 막아"
"일부 노상방뇨에 담배꽁초 투기"
수원시 "주차시설 없어 배려 필요"
"회차할 때 5분 남짓 쉬는 건데, 이마저도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수원 광교웰빙타운과 화성 궁평항을 오가는 시내버스를 운행 중인 A(60)씨는 종점에서 회차를 할 때마다 매번 '눈칫밥'을 먹는 심정이다.
광교에서 다시 궁평항 방향으로 운행하려면 아파트 단지 2곳이 위치한 종점에서 회차를 해야 하는데, 회차 때마다 벌어지는 이곳 주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때문이다.
A씨는 운행을 하다 보면 배차시간보다 앞서 회차 지점에 도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곳을 경유하는 기사들은 길어야 5분이 넘지 않는 시간 동안 버스를 잠시 세워둔 채 화장실을 가거나, 흡연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최근 들어 종점 부근에서 얼마 간 대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우선 회차를 한 뒤 배차시간에 맞춰 재진입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
이곳에 불법 주·정차한 버스들의 소음이 커 불편하다는 민원이 수원시에 꾸준히 접수돼 지난해부터 단속용 폐쇄회로(CC)TV까지 잇달아 설치된 탓이다.
A씨는 "회사와 기사들은 이런 대접을 받을 바엔 정류장을 옮기자는 얘기도 한다"며 "그러면 주민들은 또 '집 값이 떨어진다', '교통이 불편하다'며 정류장을 옮기는 건 반대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일 오후 회차 지점에서 쉬던 또 다른 마을버스 기사는 "기사들도 사람인데, 약간의 휴식시간 정도는 보장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가까워 버스 여러 대가 동시에 시동을 켜고 있으면 소음 탓에 괴로운 데다, 일부 기사들이 노상방뇨를 하거나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일도 잦았다는 것이다.
주민 B(47)씨는 "하루에도 십여대씩 주정차를 하고 버스 기사들이 흡연에 노상방뇨, 쓰레기 무단투기까지 일삼아 아이들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라며 "인근 단지 주민들과 함께 쓰레기 줍기 정화활동도 하고 단지 내 화장실도 개방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는 수원시 영통구청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영통구 관계자는 "주차장 시설이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려와 소통하는 자세가 양측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