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 마주서다'에 배우 권재희 씨가 출연해 아버지 권재혁 씨에 관한 이야기를 고백했다.
7일 KBS 1TV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기억, 마주서다'의 '나는 사형수의 딸입니다'에서는 배우 권재희가 출연했다.
권재희 씨의 부친인 故 권재혁 씨는 미국 유학파 출신의 촉망받는 진보 경제학자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른바 남조선 해방혁명당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돼, 1968년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이후 남조선 해방혁명당 사건은 불법구금, 구타, 고문 등을 통한 조작사건임이 밝혀졌다. 지난 2014년 재심 대법원에서 고인은 무죄 판결을 받는 데 성공했다.
권재희 씨는 이 방송에서 "검은 구둣발들이 집에 들어와서 아버지를 데려갔던 그 날이 기억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나중에 아버지가 간첩 사건에 연루됐고, 신문에서는 아버지를 '수괴'라고 보도했던 그 충격도 생생하다"고 고백했다.
'기억, 마주서다'에 따르면 故 권재혁 씨는 당시 대구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한 뒤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재희를 비롯한 故 권재혁 씨 유족은 아버지의 사형 사건 이후 큰 트라우마를 겪었다. 권재희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는 자책과 사회를 향한 분노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권재희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당대 지식인이었고, 오히려 남들보다 더 가졌던 아버지가 자신보다 덜 가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받아들이려 한다"고 털어놨다.
K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한 권재희는 '달콤한 원수' 등의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뮤지컬 '독립군'에 출연한다.
/편지수기자 pyun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