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I_0012
실학박물관 전경. /경기문화재단 제공

어려운 한자 고서 유물들, 내용 전달 노력
당시 학자 고민, 글쓰기·음식 콘텐츠 연결
전남 강진 등 다산 관련 시설과 교류 추진
성인 관람객 대상 '투어-교육' 연계 구상
2019082601001819000086732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학문, 실학은 17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초반 조선 후기 사회에서 떠오른 새로운 학문의 기조였다.

현재까지 현대인의 삶에 녹아들어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학은 여전히 살아있는 학문이지만, 현대의 화법이 아닌 조선의 화법으로 내용을 담고 있어 일반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전히 유효한 실학을 소개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고 관람객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실학박물관'이다.

지난 7월부터 실학박물관의 총지휘를 맡고 있는 김태희 관장은 어떻게 보면 실학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인물이다.

10여 년간 다산연구소에서 근무해 온 그는 자신의 경력을 토대로 관람객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실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김 관장은 "실학 박물관은 독특한 곳이다. 가시적인 것보다 내용적인 콘텐츠가 많아 주로 텍스트로 구성된 '고서' 전시가 많다. 그러나 고서 자체가 한자로 이뤄져 있어 읽기가 매우 어렵다. 박물관을 찾는 연령층이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kaoTalk_20190825_174326445_03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그는 임기 동안 '생활 속의 실학', '경기 너머 실학'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박물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먼저 생활 속에 실학은 말 그대로 조선시대 실학을 현재의 생활을 연결하는 일이다.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글쓰기, 여행, 음식 등의 주제들에 실학자들이 했던 당대의 고민을 연결하는 것이다.

김 관장은 "실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어 우리의 일상에 실학을 더하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행이라는 주제에 정약용을 더해 '정약용의 여행'이라는 콘텐츠를 만들면 조금 더 친근해질 수 있다. 정약용이 당대에 했던 고민을 여행기처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경기 너머 실학'은 전국에 있는 실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갖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산 선생이 거주했던 지역들에 남아있는 콘텐츠들을 활용해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김 관장은 "경기도에 근거지를 두면서도 전국적으로 '실학'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산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에도 다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다산에 대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곳과 연결해 콘텐츠를 교류하면 더욱 풍성한 자료가 나올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남양주 실학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_DSC5314
실학박물관 내부 전시실 모습. /경기문화재단 제공

그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현재 박물관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학 소풍'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김 관장은 "성인을 대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일단 복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의만 하는 게 아닌 이 일대를 투어하고, 교육과 연결하는 식의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박물관 관람객 자체가 인근에 놀러 왔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아 이런 방식의 교육이 이뤄져야 효율적이다"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도민에게 현실에 맞닿는 실학을 선보이며,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뻗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남양주를 근거지로 지역 주민, 학교, 문화단체 등과 함께하며 박물관이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려나가고 싶다. 그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실학박물관의 인지도와 위상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