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학생의 이름 꼭 기억하겠다"
"일을 왜 크게 만드느냐" 핀잔등
학부모, 교사 직·간접 압박 주장
냉소적인 학내분위기 '2차 가해'
학교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다"
대입 논술 문제를 그대로 베껴 시험을 치른 신송고 수행평가의 문제점을 공론화한 고교생이 결국 자퇴서를 제출(9월 18일자 8면 보도)한 배경에는 교사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있었다고 해당 학부모가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교사가 학생을 학교 밖으로 밀어낸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8일 인천시교육청과 신송고 등에 따르면 수행평가 베끼기 출제 사건을 외부에 알린 학생과 학부모는 여러 교사들로부터 수차례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았다.
학부모 A씨는 문제를 제기한 지난 7월, 베끼기 출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학교를 찾아간 자리에서 B교사로부터 "○○○ 학생 이름을 꼭 기억하겠다"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는 B교사와 교장, 교감, 관련 부장 교사 등도 함께 있었다.
교장·교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B씨가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인정한 다른 교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문제 제기 이후 학교는 출제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재시험을 치렀다.
최근 재시험이 치러진 후에도 B교사의 문제성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학부모 A씨는 "B교사가 2학년 다른 반 학생들에게 '내가 물의를 일으키고 학부모 협박한 그 교사다'라고 발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B교사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비난까지 받는 일이 벌어져 아이가 자퇴를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A씨의 자녀는 또 B교사 아닌 다른 교사로부터 B교사를 두둔하는 듯한 말을 들어야 했고, 자퇴서를 낸 이후에는 또 다른 교사로부터 "일을 왜 크게 만드느냐"는 식의 핀잔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이 같은 일이 우려됐다"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문제 출제 교사의 태도, 학교의 분위기가 2차 가해를 만들었다. 잘못한 선생님을 지적하기보다 아이에게 비난을 전가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학생은 최근 학교에 제출한 자퇴서에 "학생으로서 어떤 교육적인 배려도 받지 못했다. 공교육에 실망했다. 학교가 뿌리깊이 잘못됐고 자정능력도 부족함을 깨닫고 자퇴를 신청한다"고 이유를 적었다.
신송고 관계자는 "해당 교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며 "숙려기간인 만큼 해당 학생이 학업 중단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인일보는 B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아갔지만, 학교 측은 "B교사를 만나게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호·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