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수행평가 문제제기한 제자
우월적 지위 이용 직·간접 압박
학교는 피해학생 보호조치 외면
교육당국 '교사 셀프 징계' 침묵
재발방지 대책마련 목소리 커져
교내 수행평가에 대한 '베끼기 출제' 문제제기로 시작돼 학생의 자퇴서 제출까지 이어진 최근의 신송고 사태는 쉽게 문제를 베껴도 된다는 교사의 안일한 의식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학부모에게 위압적인 행태를 보여도 문제 삼지 않은 학교장 등 관리 책임자들의 무책임과 무관심이 빚어낸 '학교폭력'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잘못을 지적한 학생의 불이익을 예방하고 보호해야 하는 스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불이익 예방 장치 없는 평가 이의제기 절차
학교의 평가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인천시교육청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보면 평가가 치러진 이후 "일정기간을 정해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이의신청 기간을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지필평가·수행평가의 이의신청에 대한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이의신청이 있을 때에는 면밀히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침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을 보호하고 예상되는 불이익을 막는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규정대로 권리를 행사한 학생만 학업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부터 현재와 같은 불이익이 예상됐는데, 학교나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 허술한 학생 보호조치
학생이 교사의 직·간접적인 압박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이후에도 교육당국의 학생을 위한 보호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해 교사들은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고 여전히 학교에 남아있다.
학교 내 성폭력·성희롱을 고발하는 이른바 '스쿨미투' 발생 시 학교장이 연·병가 등을 권유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일한 생활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비해 신송고가 이번 사태에 대해선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교육 당국은 "수사기관으로부터의 수사개시 통보가 오지 않는 이상 가해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등의 업무 배제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해 교사가 학교에 있는 한 숙려기간을 갖고 학업에 복귀해도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이다.
■ 반쪽 징계 방조한 교육당국
베끼기 출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신송고는 자체 징계 절차를 진행해 해당 문제를 낸 '교과협의회'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징계를 진행했다.
그러나 교과협의회를 감독해야 할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제 관련 1차 책임은 수행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를 출제한 교과 교사로 구성된 '교과협의회'에 있고, 2차 책임은 교과협의회가 제출한 계획을 심의하는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있다.
하지만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학교장, 부위원장은 교감, 위원은 부장급 교사들이다. 전적으로 학교 측에 사안 처리를 맡겨두다 보니 빚어진 결과다. 교육 당국이 사실상 '셀프징계'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생 불이익을 예방하는 조치를 포함한 재발 방지를 위해 학업성적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또 학생의 학업중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며 학부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한 조사도 감사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