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우울·분노 등 관련자 상처치유
전화상담중… 이동제한 해제땐 방문
"정신적 후유증, 겪지 않도록 온힘"
기세를 멈출 줄 모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천 강화군 돼지가 전량 살처분 되면서 강화군 전체가 침통에 빠졌다.
방역 작업도 중요하지만, 재난으로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살처분 과정에서 돼지의 대량 몰살을 직접 경험한 농장주와 방역업체 종사자, 관련 공무원들은 사태 종식 이후에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식처럼 기르던 돼지를 한꺼번에 잃은 농민들의 우울감과 상실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살처분 경험자의 76%가 충격과 우울, 분노를 느끼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거대한 재난을 온몸으로 상대한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인천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센터장·김기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가 운영을 맡은 인천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각종 자연·사회재난 피해 당사자의 심리 상담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최근 연수구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사무실과 강화군보건소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상담소를 개소하고 농장주와 검역관, 수의사, 살처분 용역업체 직원,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돼지 살처분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한 현재 상담사들이 농가에 접근할 수 없어서 대면 상담은 아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 66명, 농장주 71명, 검역관 20명, 용역업체 직원 425명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에 들어갔다.
이동 제한이 풀리고 농가 지역에는 방문이 허용되면 강화군의 각 면 단위로 '찾아가는 재난심리상담'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기현 센터장은 "살처분에 직접 참여했던 한 용역업체 직원과 면담을 해보니 과거 수년 전에 투입됐던 구제역 살처분 때는 이런 상담을 받지 않아 술에 의존했었다고 한다"며 "관련자들이 정신적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지금은 현장 상황이 진행 중이라 관련자들의 정보제공 동의를 얻어 상담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하고, 사후에도 추적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이밖에 태풍·호우·지진·화재 등 각종 재난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은 재난 경험자와 간접 피해자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 피해자의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화 및 대면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