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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7개다. 1951년 기상청이 태풍을 관측한 이래 가장 많다. 마음도 심란한데 태풍 하나가 또 올라올 모양이다. 19호 태풍 '하기비스'다. 현재로선 일본 관통이 유력하지만, 세력이 워낙 강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일 피해가 발생한다면 2019년은 '태풍 풍년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태풍으로 불리는 열대성 저기압은 북서 태평양 서쪽 북위 5~25도, 동경 120~160도의 열대 해상에서 연평균 27개가 생성된다. 보통 6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하는데 이 중 9, 10월 '가을 태풍'이 가장 무섭다. 2002년 9월 246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5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루사', 2003년 9월 '매미', 그리고 849명의 인명피해를 내며 한반도를 초토화한 1959년 9월의 '사라'는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가을 태풍이 강력한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이를 에너지 삼아 태풍은 더욱 세진다. 2013년 11월 초속 105m로 필리핀을 강타해 1만2천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초특급 태풍 '하이엔'은 해수 온도 31℃에서 발생했다. 가을 태풍이 고약한 또 다른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여름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생해 올라오는 태풍을 막아주지만, 가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찬바람이 내려오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찬바람이 열대성 저기압과 만나면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태풍 말고도 지금 우리는 '조국 퇴진'을 원하는 열대성 저기압과 '조국수호'를 바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발생한 불안한 대기의 영향으로 두 달째 시달리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청객 태풍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지만, '광화문파'와 '서초동파'로 갈라진 찬반 집회는 인력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힘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두고 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당분간 불안정한 대기는 계속될 것이다. 덕분에 국민들은 아름다운 가을날을 집회 참가하느라 속절없이 날려버리고 있다. 이래저래 올해는 태풍 풍년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