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대리수술' 고발하려 환자정보 빼낸 전공의들 선고유예

검찰에 증거로 제출…법원 "공익신고자라도 개인정보 처리자로서 허용권한 초과"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의 대리수술 의혹을 고발하려고 환자의 수술기록 일부를 검찰에 제출한 전공의들이 법원에서 선처를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조윤정 판사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박모(29)씨 등 6명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됐다고 간주하는 판결을 말한다.



박씨 등은 2017년 9월 '같은 과 교수가 환자 8명을 직접 집도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해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한 환자의 사흘치 수술기록지를 열람하고 사본을 검찰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에서 자신들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므로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며 책임도 감면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익신고자 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서 허용된 권한을 초과해 고소인(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라며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전공의들이 수술기록지를 전달한) 그 상대방이 공공기관이라도 (개인정보) 유출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씨 등은 고발을 위한 최소한의 증거만 검찰에 제출했고, 수사기관 외에는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기록 제출이 유일한 고발 방법은 아니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들이 유출한 수술실 간호기록지 사본 등이 수사기관에 제출됐고, 달리 제3자에게 유출되지는 않았다"며 선고유예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박씨 등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과 사건의 경위 등도 참작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앞서 수술기록 유출 피해 당사자는 2018년 5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박씨 등 전공의들을 고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법상 환자 정보 유출의 경우 범인을 알게 된 지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인데, 고소 시한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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