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해안 오염 세계 2위' 결과 충격
건강·해양생태계 '악영향' 실태조사등 시급
눈에 안보이는 '재앙' 간과말고 지속 관심을

핸드폰, 옷, 자동차, 비닐봉투, 빨대, 카드, 창틀, 바닥재 등 그야말로 플라스틱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가까운 편의점만 가도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은 단 하나도 구입하기 어렵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며, 성형이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리던 플라스틱이 신의 저주가 되어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바로 미세플라스틱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생산-소비-폐기량은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조지아 주립대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t이다. 이 중 폐플라스틱은 63억t이고,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중 9%만이 재활용된다. 대부분 매립지나 자연환경에 축적(79%)되거나 소각(12%)된 것으로 추산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매립된 플라스틱은 토양안정화 저해 및 침출수 문제를 야기하고, 소각된 플라스틱은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물질을 유발한다. 자연환경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풍화작용과 광화학 반응을 거쳐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화된 플라스틱은 작아질 뿐 없어지지 않는다. 해양생태계를 떠돌던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 과정을 거쳐 어느새 우리 식탁 위로 되돌아오고 있다.
중화학공업으로 경제부흥을 이끌어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다. 더욱이 로켓배송·새벽배송 등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포장재로 소비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 집계결과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으로 세계 1위이며, 한국순환자원지원유통센터 집계결과, 비닐봉지 소비량은 420개로 핀란드(4개)에 비해 무려 100배가 넘는다. 이 수치를 방증하듯 '인천-경기 해안이 미세플라스틱 오염지역 세계 2위'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다.(출처: 맨체스터대, 네이처지오사이언스)
미세플라스틱이 연일 화두가 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향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한 생산자 차원의 정책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률을 높일 소비자 차원의 방안 ▲미세플라스틱의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자체 최초로 인천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분석법을 정립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수준에 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2019년 인천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특성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인천 앞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특성에 대한 기초자료를 구축해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향후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오염에 취약한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연일 계속되는 환경 이슈들로 익숙해지거나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간과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여 물어다 준 알바트로스,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갈매기, 코에 빨대가 박힌 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죽은 고래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플라스틱으로 인한 엄청난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권문주 인천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