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를 풍미했던 중견 배우 윤정희(76)가 알츠하이머로 10년째 투병 중이라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3)씨가 직접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윤정희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의 옆집으로 옮겨 간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백씨는 "(아내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며 "안쓰럽고 안된 그 사람을 위해 가장 편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전했다.
이어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에 (아내는) '왜 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서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고 하면 '알았다'고 답하고, 또 잊어버린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라고 했다.
백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 와서 먹여주고 했다"면서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고 했으니까.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딸 진희씨는 "엄마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병이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며 그러면서 "전세계로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며 시차와 환경이 바뀌는 게 이 병에는 가장 안 좋다고 한다. 5월부터 요양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많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며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우 윤정희는. 1966년 영화 '청춘극장' 오우경역으로 1200:1의 경쟁률을 뚫고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데뷔작인 '청춘극장'이 대흥행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고, '내시', '천하장사 임꺽정', '독짓는 늙은이', '팔도 사나이'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윤정희 씨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깊이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는 제 63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편지수기자 pyun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