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농성·집회 현장 '작은 목소리' 독자에 전달
■ 소심한 사진의 쓸모┃장기훈 지음. 북콤마 펴냄. 300쪽. 1만7천원
가끔 보도사진 촬영은 무례한 행동이기도 하다. 그림이 될때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야 할때도 있고, 미안하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할 때도 있다. 이름, 나이. 그놈의 이름, 나이.
15년째 현장 보도사진을 촬영해온 저자는 단순히 사진만을 찍기 위해서 현장에 간 것이 아니었다. 눈을 맞춰 낮은 자세로 질문하고, 함께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농성장과 집회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일하는 사람이 땀을 흘릴 때, 카메라를 들고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다.
신간 '소심한 사진의 쓸모'는 사진기자로 근무하는 저자가 마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찍은 매체용 사진이 아닌 '쓸모 없는' 사진을 글과 함께 엮은 책이다. 피사체의 뒷모습과 옆모습은 보도가치가 적다. 즉, 신문에 실리지 못하는 핀트가 나갔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았거나, 어두침침해 희미한 '쓸모 없는' 사진들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에는 저자가 지금껏 연대해온 척박하고 황량한 현장의 분위기가 깊게 스며들었다.
저자가 글과 사진으로 스케치한 풍경들은 '한국사회의 모든 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이랜드, 콜트콜텍과 기륭전자에서 해고노동자와 함께 있었다. 재개발 철거 현장에도 있었고,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천막에도 함께 있었다.
사진과 기억을 독자에게 이야기로 풀면서 작가는 세심하게 '작은 것'들을 짚어준다. 예를 들면 그것은 천막 속 노동자의 얼굴에 생긴 잔주름 같은 것이다. 아버지를 맞이하러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와 아내의 모습, 연대농성장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청년들의 목소리 같은 '작은' 것들이다. 작가가 따로 모아온 '소심한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다.
이에 대해 동료작가들은 "메마른 아스팔트에도 생명력 강한 꽃이 피듯이, 고통받는 우리의 이웃들도 '사람꽃'을 피웠음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록"이라고 평했다. 1미터에서 10미터 사이의 가까운 거리에서 낮은 자세로 찍은 사진들은 그곳에 찍힌 피사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독자들에게는 생생한 목소리와 기억을 전해준다.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