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천사OST 계획과 다르게 제작
기존제품 '혁신' 둔갑등 돈벌이 악용
'투자개념' 이유 보상·처벌 어려움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급부상한 크라우드 펀딩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를 막거나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존 제품을 혁신 제품으로 둔갑시켜 투자금을 모집하는가 하면 당초 계획과 다른 제품을 제작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데, 업체가 환불해 주지 않을 경우 투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사실상 민사소송밖에 없기 때문이다.

1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솜털처럼 얇은 칫솔모로 제작된 기능성 칫솔에 대한 펀딩을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 및 개발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제도다.

한때 해당 펀딩에 4천500명 이상이 참여해 1억3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지만 와디즈는 돌연 펀딩 취소를 결정했다. 개당 2천500~3천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이 중국 쇼핑사이트에서는 개당 300원에 판매된다는 네티즌의 지적 때문이었다.

아울러 밥을 짓는 과정에서 탄수화물을 40% 이상 줄여준다는 밥솥, 가성비(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빔프로젝터, 와인냉장고 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제품들은 외형뿐 아니라 기능까지 중국산 제품과 비슷했고 가격도 비쌌다.

기존 계획과 다르게 제품을 제작해 소비자의 원성을 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주인공 역을 맡은 성우는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라는 이름으로 펀딩을 진행했다.

펀딩에는 7만명의 참여자와 26억원의 투자금이 모여 국내 크라우드 펀딩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사전 공지된 것과는 다르게 앨범 디자인이 'Full moon'에서 성우의 사진으로 변경되면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환불을 요청했다.

성우 개인의 앨범이 아닌 달빛천사 OST 앨범을 위해 펀딩에 참여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투자개념이라는 이유로 보상이나 처벌 등의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에 올라오는 제품 상당수가 검증이 없다 보니 간단한 설명만 보고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중개업체가 수수료를 챙기는 만큼 보상 등의 피해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