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전건우 '살롱 드 홈즈', 주부탐정단의 짜릿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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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살롱 드 홈즈' 표지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엔 범죄자들이 있다."

'여성살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들은 공포 그 자체인 삶에서 각자의 생존 방식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전건우의 장편소설 '살롱 드 홈즈'는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작품은 희대의 살인마를 쫓는 주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날 낡은 주공아파트에 바바리맨 '쥐방울'이 나타나고, 범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이에 주인공 미리, 지현, 경자, 소희는 힘을 모아 이른바 '주부탐정단'을 꾸리고 범인 색출에 나선다.



소설은 우리 주변에 놓인, 어쩌면 자신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평범한 여성들에 주목한다. 그들은 무심한 남편과 결혼한 뒤 딸만 바라보며 살아가거나, 매번 밥 타령만 하는 남편과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좋은 대학을 중퇴하고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는가 하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도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빛나는 꿈을 잠시 묻어두고 살아간다. 그러나 어릴 적 탐정을 꿈꿨던 미리가 여성들과 연대하는 순간 전개는 달라진다. 세월이 흐르며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열정은 다시 한 번 그들의 품에서 불꽃을 피운다.

"아가씨나 아줌마나 상관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가해자는 '자신보다 체구가 작거나 약해 보이는 여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진전이 없고, 남성 권력으로 가득 찬 조사에서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받으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직접 돌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버릇처럼 '참자'라고 되뇌며 살아온 경자가 범인의 코에 박치기를 날리는 장면은 마치 여성을 둘러싼 족쇄를 깨부수는 것처럼 통쾌하다. 온갖 위험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티고 맞서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여성들은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집안일에 치이고 무시당하기 쉽고 때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마저 접어야 하는 주부들. 그런 이들이 함께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을 아주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숨겨둔 열망을 꺼낼 때 세상은 더 나은 곳을 향해 간다. 무능한 공권력과 일상 속 공포로 둘러싸인 지금, 여성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전진한다. 그들이 있기에 피해자들은 오늘도 세상 밖으로 조금씩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유송희기자 y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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