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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이 요즘 인기다. 감독, 각본, 배우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예술, 건축 등을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도 좋지만, '다키스트 아워', '보헤미안 랩소디' 등 전기영화에서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 앤서니 매카튼의 각본은 흠잡을 데가 없다. 연출과 대본이 훌륭해도 배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일 터.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와 교황 프란치스코의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권위의 교황이 아닌, 인간적 교황에게 초점을 맞춘 점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의 속명).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와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베르골리오가 짧은 시간 함께 지내며 서로를 아는 과정을 그린다. 둘 사이에 벽이 무너지자 교황이 "요즘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추기경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절정이다. 그는 말한다. "당신은 신이 아니에요. 신과 함께 우리는 움직이고 살고 존재합니다. 신과 함께 살지만 신은 아니에요. 우리는 인간일 뿐입니다."

'두 교황'보다 먼저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워드' 역시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맨 오브 히스 워드(man of his word)'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벤더스의 카메라는 리우데자네이루 바르지냐의 빈민가, 유대인 학살 추모관, 나폴리의 난민 수용소, 필리핀의 수해 현장 등 가난, 질병, 재해,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인간적인 교황의 길을 따라간다.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여성 신도에게 화를 내고, 손등을 내리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동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여성 신도가 경솔했다"는 쪽과 "교황이 지나쳤다"는 비판 의견이 맞서며 인터넷을 달구자 교황이 직접 나섰다. 교황은 "우리는 자주 인내심을 잃곤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미안하다"며 쿨하게 사과해 오히려 큰 감동을 준 것이다. 주교 시절부터 썼던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그대로 거는 등 '신의 대리인'보다 '인간'으로서 프란치스코의 고정관념 파괴는 끝이 없다.

/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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