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인터넷 영향 수요 감소
시중은행 주문량 20% 줄여 '품귀'
'복 온다' 소문에 중고 웃돈 거래
제조업체 "가동률 절반수준 답답"
"올해는 달력을 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나요? 매년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받아왔는데 올해는 직접 구매했네요."
은행과 공공기관 등에서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던 달력인데 올해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 품귀현상에 이어 중고시장에서까지 거래되고 있다. 인쇄업계는 사라진 달력 특수에 더 추운 겨울을 나야 할 판이다.
12일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등 인쇄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공공기관에서 주문하는 새해 달력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추세가 짙어지면서 종이 달력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인쇄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KB금융 달력은 400여만부, 신한금융과 우리은행은 각각 약 120만부와 150만부씩 제작됐다.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는 게 이들 은행의 설명이다.
이에 달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에서 배포하는 달력 수량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전국 각 지점에서는 달력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의 경쟁마저 펼쳐지고 있다.
심지어 품귀현상으로 은행 달력의 경우 중고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다. '걸어 놓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소문까지 퍼져 몸값도 꽤 높다.
지난달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5곳에서 제작한 달력에 대한 중고 거래 건수를 집계한 결과 840건에 달했다.
시세는 은행별로 큰 차이는 없지만 VIP 고객용 달력은 1만원, 일반 고객용은 5천원 정도에 거래됐다. VIP 고객용 달력은 종이 품질이 더 좋고, 유명 화가의 작품이 실리기도 해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도 무료 달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지만 인쇄업계의 고충은 더 크다.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출판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인쇄업계인데 새해 달력 특수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내의 한 인쇄업체 관계자는 "새해 달력과 수첩, 다이어리 등의 주문에 10년 전에는 12월 가동률이 100%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달력은 품귀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높은데 은행과 공공기관에서 주문을 줄여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