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광택·내구성 뛰어나
최고급 천연 도장재료 적합
영양성분 많아 '나무인삼'으로 불려
간기능·혈행개선·면역력강화 효능
항암성분, 차가버섯보다 '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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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옛날부터 옻나무와 함께 귀하게 대접받은 찬란한 황금색 고급 칠감을 생산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황칠나무다. 황칠나무는 줄기에 상처를 내면 누런 수액이 나온다고 해서 '황칠(黃漆)'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북한에서는 옻나무와 같은 칠액이 나오는데 노랗다고 해서 노란 옻나무라고 부른다. 잎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목(鴨脚木), 황금색 닭발을 의미하는 금계지(金鷄趾)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황칠은 칠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았던 전통 공예기술로, 옻칠과 같이 황칠나무의 수액을 채취해 정제 후 사용한다. 황칠나무의 수액도 옻칠과 같이 색이 변하는데, 처음에는 우윳빛이었다가 공기 중에서 점차 산화되어 황금빛을 띠게 된다.

다산 정약용이 '황칠'이라는 시에서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표현했고, 황칠나무의 황금빛 액은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라고 했을 정도로 영롱한 금빛을 띤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황금색을 띠기에 아예 황칠을 금칠(金漆)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 쓰임새가 광범위해서 나무와 종이는 물론이고 가죽, 금속, 유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황칠은 '옻칠 천년 황칠 만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장기간 사용해도 변하지 않는등 내구성이 좋다. 투명하고 광택이 우수하며 열에도 강하고 방수성도 뛰어나다. 특히 은공예에 사용하면 탁월한 색상과 고광택을 유지할 수 있어 최고급 천연 도장재료로 전혀 손색이 없으므로 향후 가능성이 매우 무궁무진하다.

황칠의 역사는 굉장히 깊은데 첫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보장왕 4년(645년)에 나온다. 당 태종이 이세적을 선봉에 내세워 요동성을 공격했는데 이 전쟁에 백제가 금칠한 갑옷을 바치고 군사를 파견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황칠을 한 갑옷을 진상한 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영원불멸의 삶을 꿈꿨던 진시황이 사방으로 신하를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는데, 서복이라는 신하가 제주도까지 와서 황칠나무를 가져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특산물로 매우 귀했기에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고 중국에 보내는 중요한 조공품목이었다. 2007년 경주 황남동에서 황칠이 담긴 토기가 발견되었고, 황칠을 한 백제의 갑옷이 출토되기도 했으며, 2012년 옹진 영흥도 인근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7∼8세기 신라 무역선에서도 황칠이 담긴 토기가 발견되어 황칠무역이 활발했었음을 알 수 있다.

황칠은 나무에서 얻는 것도 소량인 데다가 나무가 자라는 곳이 제주도와 서남해안 일부 지역이라서 더욱 얻기가 힘들었다. 조선말에는 아전들의 수탈이 심해져서 정조 18년에는 호남위유사 서영보가 출장보고서에 "완도의 황칠은 근년 산출이 점점 전보다 못한데도 추가로 징수하는 것이 해마다 늘어나는 폐단이 있고 아전들의 농간이 극심하니 엄격히 규제하여 섬 백성들의 민폐를 제거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라고 올린 것으로 보아 황칠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 부침에도 시간이 흐르며 그나마 명맥이 이어지던 황칠나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황칠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다양한 약리작용이 밝혀짐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게 되었다. 학명부터 특이하게 '병을 낫게 하는 나무(Dendropanax morbiferus)'이다. 영양성분이 우수해 '나무 인삼'이라고도 불린다. 황칠나무는 새순과 줄기, 가지를 말려 차로 마시거나 진액, 환, 가루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효능으로는 간 기능 및 혈행개선, 정혈작용, 면역력 강화, 심장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황칠나무에는 항암 성분인 베툴린이 차가버섯보다 1.5배 많아 항암, 항산화, 기초면역력 증진 등에 효과적이며, 노화 및 주름 예방, 피부미용에도 좋기에 비누,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천연신경안정제로 불리는 안식향(安息香)이 있어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의 늘푸른 넓은잎 중간키나무로 높이는 3∼8m까지 자란다. 7∼8월에 황록색 꽃이 피는데 아카시나무보다 1.7배의 꿀을 생산하는 유망한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 잎이 달리고 어린 가지의 잎은 3∼5개로 갈라진다. 11월경에 검은색 타원형의 열매가 달린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