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런 업무 '학폭심의위' 이관
현장서 '학교 자체해결' 방점변화
지원청에 떠밀땐 '일감폭탄' 우려
지침·매뉴얼 조기마련 목소리 커

다음 달 1일부터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이하 학폭법)이 시행된다.

 

개정 법률은 학교 단위에서 지역교육지원청으로 학폭 업무를 옮겨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징계와 처벌 중심에서 교육적 선도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정 법률은 지난해 9월 징계와 처벌 중심으로 처리했던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법으로 명시한 후속 조치로 교육 현장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개정된 학폭법에 따라 단위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된다.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학교 자체 해결' 여부가 관건이다. 부담스런 학폭 업무를 교육지원청이 상당 부분 가져가고, 경미한 사안을 학교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학폭 발생시 일차적으로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로 마무리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교사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정된 제도 취지와 달리 각 학교가 적극적으로 학교 자체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은 '업무 폭탄'을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한 해 인천에서 3천53건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했는데, 이를 지원청별로 나눠 보면 많은 곳은 최대 1일 3.3건의 심의를 진행해야 하는 셈이 된다.

시교육청은 남부·동부·서부 교육지원청에 4명씩, 북부와 강화교육지원청에 2명씩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AI속기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준비를 완료했다.

인천시교육청의 한 학폭업무 담당자는 "올해 처음 제도가 바뀌는 것이어서 신학기부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학교 자체 해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수 등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개정된 법률의 시행령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일선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세부 업무지침과 매뉴얼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폭법은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거나, 재산상 피해가 없을 때, 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때,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공표가 늦어지다 보니 이를 적용할 세부 업무 지침이나, 매뉴얼 등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중학교의 학생부장 교사는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면서 "개정된 내용을 중심으로 가이드북 등의 매뉴얼이 조속히 보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행 첫해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모두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계속 모니터링하며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