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있으면 가판 '법적금지'
매년시행 '할인 축제' 편의 지적
성남 분당·안산 상록수 설치 '대조'
市 "위험 민원… 조성단계 제거"
시각장애인의 눈인 점자블록이 수원가구거리에만 유독 설치돼 있지 않아 매년 시행되는 가구 할인 축제 행사를 위해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구 진열을 위해서는 보도(인도) 위에 가판과 몽골텐트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점자블록이 있을 경우 침범으로 인해 법을 위반할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 위의 점자블록 설치는 권고사항에 그치지만 설치돼 있을 경우 침범하면 위법이어서, 매년 2주일가량 열리는 축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애초부터 지자체가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을 외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10일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경기 남부 최대 가구 판매 거리는 지난 6일부터 대규모 할인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7년을 맞는 가구 할인 행사는 시장 상인들의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봄·가을 2차례에 걸쳐 약 2주가량 열린다.
하지만 2014년에 준공된 수원가구거리는 차도와 인접하고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이 곳곳에 있음에도 사거리 내에서 유일하게 점자블록을 찾을 수 없다.
사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보도 위의 점자블록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횡단보도나 보도 시작과 끝 지점, 버스정류장 등에만 적용된다.
다만 점자블록이 설치가 되면 규정은 강화된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라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는 다른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적치물 등을 둬서는 안 된다.
점자블록이 가구거리 내에 마련돼 있다면 가구 진열과 가판, 몽골텐트 설치는 사실상 불가할 뿐만 아니라 도로점용 허가조차 어려워지는 셈이다.
게다가 성남 분당과 안산 상록수 가구거리는 수원과 달리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비교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 권선구청 관계자는 "축제를 위해 없앤 것이 아니라 가구거리 조성 당시 자전거 도로를 상가 앞에 만들려고 했는데 상인들이 문을 열고 닫을 때 위험할 것 같다는 민원제기로 자전거 도로를 가운데에 만드는 대신 점자블록을 계획에서 뺐다"며 "일반적으로는 보도 폭이 나올 경우에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게 맞고 점자블록이 있는 곳에는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옥동 시각장애인협회 성남시지회 회장은 "차도와 인접해 있는 보도 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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