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서식지 사라져 숙주 이동 과정
면역력 없는 '코로나19'등 자주 등장
밀림·생태계 파괴 인간에게 '반격'
물자 소비 줄이면 '안전' 보장된다

우리는 일상을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이 균형이 깨진 것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은 우리의 조상이나 우리가 생활하면서 접했던 바이러스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수천, 수 만년 전에 우리 조상들이 야생의 개, 돼지, 소 등을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이런 야생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 오면서 인간은 전염병이 도는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지만 이후 이런 바이러스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치료제나 면역력이 생기게 하는 백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고통을 받더라도 바이러스와 우리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에볼라,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은 새로운 바이러스여서 우리가 면역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새로운 바이러스가 갑자기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전염병 연구자들에 의하면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주로 박쥐를 숙주로 했던 바이러스라고 한다. 곤충을 잡아먹는 충식성 박쥐와 과실을 먹는 과일박쥐가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다양한 식성의 박쥐들은 무려 1천종이 넘는다. 박쥐는 포유류 중 가장 많은 종류를 차지하여 포유류 종의 4분의 1이 박쥐다. 그리고 포유류이면서 날아다니는 박쥐는 신체적인 특성상 몸 안에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도 바이러스에 의해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박쥐가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다른 포유동물과 인간에게 위협이 적었던 이유는 다른 포유동물과 서식지를 공유하지 않고 동굴 등 고립된 지역에서 집단 서식하기 때문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왔지만, 박쥐는 상대적으로 서식지 파괴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마지막 남은 야생동물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바이러스가 박쥐가 아닌 다른 숙주를 찾아 서식지를 옮기는 과정이 바로 전염병의 창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숲이 파괴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원주민 또한 개발로 인하여 더 깊은 숲 속으로 이주하여 침팬지나 박쥐에 의해 전염된 야생동물을 잡아먹게 된 것이 에이즈와 에볼라의 기원이다. 사스, 메르스 또한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향고양이, 낙타에 의해 인간이 감염된데 기인한다. 조류독감, 돼지열병도 마찬가지이다. 야생 조류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야생 조류와 닭과 같은 가금류의 사육지가 가까워지자 야생 조류의 바이러스가 가금류에 집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의 야생 밀림과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지구의 정복자로 자처하던 인간이 결국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반격을 받고 있다. 야생동물에 대한 위협을 줄여야 인간도 새로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 결국 야생 생태계 파괴를 멈춰야 한다. 야생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우리의 풍요한 생활 때문이다. 석유 한 방울, 나무 하나, 쌀 한 톨도 다 자연으로부터 오고, 우리가 쓰고 버리고 낭비할수록 자연은 더 오염되고 생태계가 줄어든다. 이미 우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1.7배를 지구에서 착취하고 있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와 지구 온난화이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 높아졌으며, 이번 세기 중반에 기온이 1℃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 1℃의 차이가 호주 전체 숲의 약 14%를 태워버리고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다음에 예견되는 사건은 수만년 동안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며 과거 바이러스와 병원체들이 부활하는 것이다. 기상이변 등으로 생태계가 교란되면 사람도 이동하고, 바이러스와 병원균도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한다. 또 다른 전염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물자 소비를 줄이면 그 만큼 자연과 생태계의 교란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안전도 더 보장된다. 더 조심하면 더 안전하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