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 통해 수면위로 '주목'
뒤늦은 수사·뒷북행정 되풀이 지적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출범
획기적 실행안·法개정등 검토 예정


인천지역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형성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4월 22일자 6면 보도)을 계기로 정부가 부랴부랴 청소년 범죄와 관련 "획기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대응과정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는 이번 사건을 꼼꼼히 분석해 법률 개정 등 실질적인 대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다.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국민들이 수사기관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목해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 신고를 접수해 수사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이나 지나 피해자 부모가 국민청원 글을 올린 올해 3월 29일 이후부터다.

가해자인 중학생 2명이 남동구의 각각 다른 학교로 강제전학 조치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때쯤이다. 가해자들이 전학 간 학교와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전학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이 반발한 뒤에야 강제전학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성 관련 학교폭력 사안 보고체계를 손질하고 있는데,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찰은 피해자 부모의 국민청원 글이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고,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달 9일에야 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혐의로 가해자들을 구속했다.

수사가 더뎠다는 지적뿐 아니라 부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인천지방경찰청이 인천연수경찰서 전·현 담당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범행 당시 상황을 담은 CCTV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민적 공분을 산 청소년 범죄는 ▲국민청원 20만명 이상 동의 ▲뒤늦은 수사 확대·강화 ▲대책을 마련한다는 청와대 답변 등이 반복되는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청원을 통해 청와대 답변을 부른 청소년 범죄만 벌써 7번째지만, 바뀐 게 별로 없다는 국민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는 23일 학계, 법조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 저연령화·흉포화하는 청소년 범죄가 위원회 출범 계기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를 통해 청소년범죄 대책 관련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실행계획을 만들고, 소년법 개정 등 법률적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서 "청소년 비행문제는 사회의 문제이자 그 이전에 가정의 문제"라며 "청소년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의 충분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이날 A(15)군 등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2명의 구속기간을 다음 달 3일까지로 연장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