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우, 1970년대 노동 실태 고발
출판사 11곳, 36년만에 공동 발간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 알리고파"
1970년대 인천 부평공단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노동착취, 이에 대한 투쟁기를 담은 책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36년 만에 복간됐다.
이 책은 1973~1975년 부평수출산업단지 삼원섬유에서 일했던 유동우(71)씨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가 탄압을 겪은 이야기를 쓴 수필 형식의 노동문학이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유씨가 상경해 인천의 공장 직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노동 실태를 고발한 체험수기다. 저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가 공안 당국과 사측의 탄압으로 해고되고, 복직 투쟁을 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한 개인의 단편적 체험이라기보다는 당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관통한 보편성으로 값진 평가를 받아왔다.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유씨가 1977년 1~3월 월간지 '대화'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다. 하지만 군사정권 아래 금서로 지정돼 즉시 발간이 중단됐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노동문학 필독서로 몰래몰래 읽혔던 책이다.
이 책은 학원 자율화 조치가 이뤄진 1984년 '청년사'라는 출판사에 의해 재발간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공안정국에서 유화정책으로 전환할 무렵 다시 세상에 나왔으나 1990년대 초 절판됐다.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념해 11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출간 프로젝트의 하나로 노동절인 지난 1일 세 번째 발간을 하게 됐다.
'철수와영희' 등 국내 출판사 11개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스스로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희생을 기리고,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책을 공동으로 출판하자며 '너는 나다'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 책을 다시 펴낸 '철수와영희'는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70년대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서 어렵게 지키려 했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재출간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자가 처음 쓴 이야기에서 덜어내거나 보태지 않고 표지 디자인만 바꿔 있는 그대로 복간했다.
유동우씨는 재야 운동가로 활동하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도 투신했고, 전두환 정권의 공안조작사건(학림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그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감금돼 고문을 당했다가 후유증을 겪으며 떠돌이 삶을 살기도 했다. 그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한 남영동 대공분실, 즉 자신이 고문을 당했던 그 현장의 보안관리소장으로 일하면서 민주인권 길잡이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