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클럽 드림보트 철거전
부평의 근대사 흔적, 역사 속으로 한국전쟁 이후 부평 일대에 부평 미군기지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었던 '애스컴시티'시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던 드림보트클럽 건물이 철거됐다. 사진은 1990년대 이후 정육식당으로 운영되었던 드림보트클럽 건물(위)과 현재 철거된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아베식당' 이어 유일한 미군클럽도
작년 향토문화유산 조례 제정 무색
"역사적 가치 區 무관심 안타까워"
區 "근현대 건축물 전수조사할것"

인천 부평미군기지 인근에서 영업한 '미군클럽' 중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드림보트클럽' 건물이 철거됐다.

부평구는 지난해 '아베식당' 철거 이후 근대건축물을 지키겠다며 구가 향토문화유산을 직접 보존·관리할 수 있는 조례까지 제정(2019년 10월 24일자 보도)했으나,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드림보트클럽은 1950~1970년대 부평구 신촌에 있던 20여 개 클럽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 지난달 22일 철거되기 전까진 부일정육식당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드림보트클럽은 190㎡ 면적의 1층 공간과 43㎡의 2·3층 공간을 가진 3층짜리 건물이다. 드림보트클럽이 영업할 당시 1층은 무대였고 2·3층은 방으로 된 술집이었다. 드림보트클럽은 1970년대 애스컴시티가 해체한 이후 중국 음식점, 부동산중개업소 등으로 이용되다 1999년부터 부일정육식당으로 운영됐다.

한정철(80) 부일정육식당 사장은 1963년부터 3년 가까이 애스컴 55보급창에서 카투사로 복무할 때 이 일대에 클럽은 물론, 양복점, 한국 공예품 기념품숍 등이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당을 리모델링했으나 화장실, 계단, 내부 기둥, 외관 등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다"며 "4~5년 전부터 건물 역사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보존 방안을 구에 건의했으나 관심을 가지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한 사장은 "구가 보존할 계획도 없고 건물이 낡아 식당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문화역사 전문가들은 일제 침략 이후 미군이 이곳에 상주하며 생활했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줄 유일한 건물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허광무 부평문화원 상임연구위원은 "드림보트클럽은 캠프마켓이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시점에서 과거 신촌의 이야기를 현재와 접목해 풀어낼 유일한 공간이었다"며 "실제 공간이 사라지고 이제 이야기로만 존재할 공간에서 과거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평의 가치를 부각하고 이곳을 방문해야 할 당위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문제는 부평구의 허술한 행정으로 기록화 작업조차 하지 못한 채 사라진 건축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3월에는 인천 근·현대 도시유적으로 지정됐던 아베식당이 철거됐다.

이후 지역 근대건축물의 무분별한 철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부평구 관계자는 "(부일정육식당이)철거된다는 것을 늦게 알았고 별도로 기록화 사업 등을 진행하진 못했다"며 "오는 6~9월까지 예산 2천만원을 투입해 근대 건축물은 물론 현대 건축물까지 전수 조사한 뒤 11월까지 건축물을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