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30일 인천시 서구 지역의 가정집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중구 영종과 강화 지역으로까지 번진 붉은 수돗물 사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사태의 원인 분석에서부터 수습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었다. 사태 발생 1년이 지난 지금은 사태를 은폐하려고 정수장 탁도계를 임의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에 대한 재판만을 남겨두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는 행정기관의 신뢰와 관련 기관의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태가 발생하자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음식도 만들어 먹지 못하는 등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가 하면 지역 병원에서는 생수 구입에 애를 먹는 등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사태 초기 "수질검사 결과 적합판정이 나왔으니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식의, 주민정서와 동떨어진 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사태 발생 후 5일이 지나 인천시의 공식사과가 나왔지만 한번 실추된 행정에 대한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탁도계에 이상이 발견됐는데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총체적 부실은 2개월 넘게 이어진 사태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사태수습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보상 부문에 투입된 혈세만 수백억원 규모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한 보상금은 67억원, 피해 가구에 면제해준 상하수도 요금은 270억원에 달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붉은 수돗물 사태가 결과적으로 인천시 상수도 행정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 1년을 맞아 내년까지 527억원을 투입해 '수돗물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부터 정수장은 물론 배수지 수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수질 민원만 전문적으로 해결하는 '워터케어' 공공서비스를 도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인천시는 국내 상수도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각오로 획기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