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하루살이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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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개봉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음 해 아카데미상 촬영 부문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레드포드가 메가폰을 잡아 화제를 모았고, 꽃미남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다.

스토리는 희미해도 하루살이 떼가 날아다니는 몬태나주 강에서 3부자가 낚시하는 장면은 또렷이 남는다. 황금 노을을 헤치며 강가를 비행하는 영화와 달리 현실 속 하루살이는 고달프다. 고작 3일을 사는데도 온전히 천수를 누리기 버겁다. 인간계와 잘못 사귄 까닭이다.

남양주시가 지난주 동양하루살이 박멸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그동안 추진해온 방역대책을 중간 점검하고 더 효과적인 퇴치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수변 물 뒤집기, 토사순환, 제초작업, 포충기 와 방제포 설치, 고압 살수, 교각 상부 투광기 설치 등등.



조광한 시장은 "주민이 입는 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맞는 게 습관이 된다. 누가 때릴 때 혼자 저항하면 몰매를 맞지만 모두 저항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집중 출현하는 4월에서 7월경까지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낱 미물인 하루살이가 재난을 부르는 강력한 '불의'의 존재가 된 것이다.

동양하루살이는 혐오감을 주는 생김새와 조명을 향해 떼로 출몰하는 습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싫어한다. 밤새 떼죽음한 사체 더미는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해친다. 한강 인근의 수질이 개선되면서 매년 5~7월 서울과 경기 동부지역에 떼로 나타나 피해를 준다. 남양주 덕소 지역이 특히 심해 '덕소 팅커벨'이라 불린다.

하루살이는 1~3급수 물에서만 사는 환경지표 곤충이다.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지 못한다. 파리나 모기와 달리 감염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해충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혐오하는 건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나타나면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피터팬'의 팅커벨은 주인공을 도와주기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하루살이의 창궐은 수질환경이 개선됐다는 반증이나 도시민들은 괴성을 지르며 질색한다. 그래도 이들을 박멸하자는 건 아닌 거 같다. 특별재난은 더구나 아니다. 쥐라기 시대부터 이어온 살아있는 화석 DNA다.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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