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내 기억 속엔 그랬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더위 때문에 매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집집이 에어컨을 틀어대는 통에 전기요금 통지서를 받아들고 모두 충격을 받았다. '찜통더위'·'살인더위'·'가마솥더위'등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1994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친다. 94년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권 도심 최고 기온이 평년보다 4도 높았다. 낮 기온 33도 이상인 폭염 일 수가 31.1일을 기록했다. 노약자 사망자가 속출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7편 '그해 여름'에 열대야를 피해 골목에 자리를 편 사람들의 모습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과학적 지표는 2018년 여름을 가장 더운 해로 기록하고 있다. 인간 체온 36.5도를 훌쩍 뛰어넘은 41도를 기록한 날이 여러 번 있었다. 전국 응급실에는 더위 먹은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열대야가 나타난 날도 평균 17.7일로 전 국민은 뜨거운 밤을 보내야 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 세계가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고기압 기단이 북반구 전체를 솥뚜껑처럼 덮어 열을 가두는 '히트 돔 (heat dome)'현상이 원인이었다.
기상청은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폭염 경보를 내린다. 이제 겨우 6월인데 그런 폭염주의보, 경보가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동되고 있다. 강릉에는 첫 열대야가 찾아왔다. 지난 9일 대구 낮 최고기온은 37도를 기록했다. 올여름엔 1994년, 2016년, 2018년보다 더 끔찍한 더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므로 땀이 차거나 호흡하기도 어려워 최악의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코로나 방역의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마스크에 두꺼운 방호복으로 잇단 탈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더욱 가혹한 여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렇게 뜨거운 6월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모두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이러다 북극의 빙하,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영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