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청년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함과 불안함이 커졌다고 말한다. 기업들의 상반기 공채가 줄어들었고 기존 발표됐던 채용 일정들도 수시로 조정됐다. 취직을 위해 필요한 자격증 시험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였다. 대학과 도서관 열람실이 문을 닫아 취업준비생들은 공부할 공간을 새로 찾아야 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인천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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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생 최호철(27)씨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
# 공무원 시험 준비생 최호철(27)씨

공무원 시험 준비생 최호철씨는 코로나19로 시험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최씨는 "시험 일정에 따라 과목별 공부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 강의도 구매하는데 코로나19로 일정들이 불확실해지자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 국가직 공무원 일정은 계속 변동됐다.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 매년 4월쯤 시험이 있었다. 올해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문에 3월 28일로 당겨졌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시험일정이 5월 이후로 무기한 연장된다는 공지가 나왔다. 이후 4월 22일에서야 국가직 시험이 7월 11일로 확정 났다.

최씨는 올해 인천시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치렀다. 4월 23일 지방직 공무원은 기존 6월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는 행정안전부의 발표가 나왔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질 때면 시험이 국가직처럼 연기되거나 변동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불안했다고 했다. 최씨는 "5월 말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100여명이 넘어갈 때 커뮤니티를 비롯해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선 시험을 제 일정에 치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시험일정이 연기되거나 변동되면 당장 취업준비생 기간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 강의를 추가 결제, 과목별 공부계획 등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공부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호소했다. "만에 하나 감염이 되면 몇 달간 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시험준비에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말했다.

최씨는 "얼른 코로나19가 끝나 도서관 이용도 자유롭게 하며 마음 편히 공부하고 모두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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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대기업 취업준비생 오병택(26)씨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

# 공기관·대기업 취업준비생 오병택(26)씨

공기관·대기업 취업준비생 오병택(26)씨는 "안 그래도 막연한 취업준비 생활이 코로나19로 더 예측 불가능하고 막연해져 힘들다"고 말했다. 오씨는 상반기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공채가 많이 줄어 응시를 별로 하지 못했다. 오씨는 "최근 들어 그나마 공채들이 나오고 있지만 AI 면접, 비대면 화상면접 같은 것들이 늘어나 새롭게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은 줄었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A 기업 공채에서는 올해 초 필기시험 합격 발표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몇 달 동안 아무런 공지가 없다가 면접 2주 전이 돼서야 일정을 발표했다"며 "정확한 일정 없이 막연히 시험을 준비하려니 붕 뜬 느낌이 들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보통 작년 채용일정을 참고해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하는데 올해는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대면 프로그램이나 스터디도 줄어들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씨는 "대학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었고 취업준비생끼리도 스터디를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로 많이 사라지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며 "대면으로 소통하며 정서적으로도 의지하고 질문도 활발히 할 수 있고 정보들도 많이 교류할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많이 없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씨는 "상반기 공채절차가 거의 끝나가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 생각"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 좀 더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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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무역 관련 회사 취업 준비생 하주은(24)씨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

# 외국계 기업· 무역 관련 회사 취업 준비생 하주은(24)씨

하주은(24)씨는 코로나19로 해외 취직의 꿈이 좌절됐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해외 교류가 많이 줄고 출입국 관련해 제한사항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업에 관심이 있는 하씨는 해외채용 사이트에 공고가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한 하씨는 "신입 공채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해외인턴 기회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씨는 "그나마 해외인턴을 나가 있던 지인들도 코로나가 심해지자 다들 귀국했다"며 "이후 대학에서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도 사실상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언제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씨는 "금방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답답하다"며 "현재는 국내 무역 관련 회사에 취직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취업문이 많이 좁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하씨는 "지원을 하고 시험도 보고 어떤 절차든 합격을 해야 힘도 생길 텐데, 기회 자체가 줄어 기약 없이 취업 준비기간만 늘어나니 자존감도 떨어져 간다"고 말했다.

하씨는 자전거와 산책 등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코로나19가 심했을 땐 아예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씨는 "한창 감염 확산이 심했던 때엔 어두컴컴한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고 있으니 우울해지고 힘들었다"며 "코로나19가 얼른 진정돼 일상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하씨는 "나보다도 오래 취직을 준비한 지인들이 많은데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에 비해 기회가 자꾸만 줄어들어 너무 안타깝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 다들 취직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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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커머스 '달리' 대표, 청년창업자 최정오(28)씨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

# '달리' 대표, 청년창업자 최정오(28)씨

지난해 8월 대학생과 대학가 상인들을 연결해 주는 할인중개플랫폼 '달리'를 창업한 최정오(28) 대표는 올해 3월 대학 개강을 앞두고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와 여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강의가 이어지고 OT와 같은 행사들도 취소되면서 그동안 준비한 계약들도 함께 취소됐다. 최 대표는 작년 8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달리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당과 노래방, 방 탈출 카페 등 대학가 주변 여러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판매한다. 상인들은 주요 고객층인 대학생에게 홍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학생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들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며 회원 수도 1천명 넘게 확보했고 재구매율도 50%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개강을 앞두고 본격적인 출시를 준비했고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생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최 대표는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이어가면서 학생이 등교하지 않아 매출이 기존 매출 목표치에 20% 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사업 초반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라 직원들 월급도 많이 챙겨주지는 못하고 있어 미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럼에도 가입회원이 5천명을 기록하고 파트너십을 맺은 가게도 70여 곳에 이르렀고 매출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설문조사와 시스템 업데이트 등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달리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메뉴 영업과 사진촬영, 디자인, 온라인 홍보 등을 모두 직접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는 아직 젊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도 열정적이라 좌절만 할 게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배송서비스 출시와 상인들에게 받던 결제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 등 플랫폼을 활성화 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등교만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만 되어도 좋을 것 같다"며 "상인들도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너무 어려워하는 상황인데, 하루빨리 등교가 이뤄져 더 많은 학생이 달리 서비스로 비어있는 상가의 홀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창수기자 yo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