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로드킬 5년간 9866건 불구
형식적인 생태통로 등 구축에 그쳐
다양한 생물종 고려한 '대책' 시급
무엇보다 운전자 세심한 주의 필요
모든생명 사랑·존중하며 살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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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강화도에 살면서 운전을 하다보면 급정거를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고라니, 고양이, 개구리, 뱀 등 도로에 뛰어든 동물을 피하기 위해서다. 가까스로 피하게 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미리 보고 정지할 여유가 있다면 정말 다행인데 보통은 갑작스럽게 겪게 된다. 한번은 갑자기 뛰어든 고양이를 피하려고 반사적으로 핸들을 돌려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도로 위에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이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로드킬은 총 9천866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급증하는 로드킬의 가장 큰 원인은 야생동물의 행동반경을 가로질러 생긴 도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야생동물은 번식과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야생동물이 다니던 길에 도로가 생기면서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로드킬은 심야시간에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야생동물의 습성상 늦은 밤과 새벽사이에 이동이 더 잦은데 자동차 전조등 불빛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으면서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사고라 생각하고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애꿎은 동물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인간 중심의 경제논리에서 발생된 문제들을 우리는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한다. 그동안 지자체마다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환경조사 없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는 형식적이고 부실한 생태통로를 만들어 보여 주기식 행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야생동물이 함께 공존해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개발 이전에 주변 환경과 생태 조사를 통해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해당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종과 그 특징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생태통로와 유도 울타리 등을 통해 야생동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규정 속도를 잘 지키고 야생동물출몰지역 표지판이 있는 곳과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는 심야 시간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로드 킬이 발생했을 시에는 관할기관에 전화로 알리고 사고수습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죽은 동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서 동물도 또 다른 운전자도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저변에는 동물이 살던 공간을 우리가 침범했다는 생각으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져야겠다.

로드킬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안아주는 그림책이 있다. '잘가, 안녕(김동수 지음·보림출판사 펴냄)'은 교통사고를 당해 길바닥에 죽어있는 동물들을 데려와 찢어진 부분은 꿰매주고, 떨어져 나간 부분은 붙여주고, 두 동강 난 동물은 한 몸으로 만들어서 사고전의 원래모습이 된 동물들을 꽃과 함께 보내주는 할머니를 그렸다.

멀어져가는 동물들에게 "잘가, 안녕!"하고 손 흔드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할머니는 길바닥에 피범벅으로 죽어있는 동물들을 집 안까지 데려와서 사람처럼 정성스럽게 염(殮)하고 명복을 빌어준다. 할머니의 쉽지 않은 선행(善行)은 생명의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한다.

도서관에 온 3살 아이가 어른의 큰 발에 밟혀버린 거미를 보며 말했다. "거미 밟으면 안 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렇게 걸으면 거미 안 밟잖아!" 그 아이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조금 늦고 손해를 보더라도 잘 보고, 잘 듣고, 천천히 걷고, 왼쪽도 보고 오른쪽도 보면서 선(善)한 마음으로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