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 문화의거리 코인노래연습장
관리자 없이 기기·안내문만 비치
수기로 연락처 등 기록 '무용지물'
수원 노래방 "단말기 부족" 호소도
클럽과 노래연습장 등 집단 감염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 땐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첫날부터 곳곳에서 혼란을 빚었다.
1일 낮 12시22분께 인천 부평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한 코인노래 연습장. 입구에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QR코드 인식용 휴대폰과 관련한 안내문만 비치된 채 관리자는 자리에 없었다.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은 QR코드는 물론, 이용자 명단을 수기로 작성할 수 있는 명부도 쓰지 않아 제도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또 다른 노래연습장의 경우 이용객 절반가량이 QR코드를 받기 위해 필요한 포털 사이트 아이디가 없거나 잊었다고 해 수기로 방문일시와 이름, 연락처, 발열 여부 등을 작성하고 들어갔다.
노래연습장 주인 서모(64)씨는 "계도기간에도 네이버 아이디를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나이 많은 손님들은 '이게 뭐냐', '복잡하다'고 짜증 내면서 이용 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아 직접 안내문을 만들었다"고 입구 벽면을 가리켰다.
'QR코드 생성법'이라고 작성된 안내문에는 "네이버에서 전자 출입명부 클릭→ 아이디·비밀번호→ QR 체크인 바로가기→ 약관 전체 동의→ 본인 핸드폰 번호→ 인증번호 입력→ QR 생성 후 카운터 폰에 갖다대기"라고 스캔 방법과 절차가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오후 2시께 부평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뷔페 음식점은 입구 앞에 손님 8명이 모여 휴대폰을 들고 "어떻게 하느냐"고 토로하자 직원이 직접 나서서 전자출입명부 접속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QR코드 스캔을 완료한 손님들은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지인 5명과 이곳을 찾은 허영수(23)씨는 "지난번 PC방에 가서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해봐서 비교적 수월하게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도와줬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연습장 주인은 QR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PC 등 단말기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고 싶어도 QR코드를 찍을 공기계가 없다"며 "공기계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도 없이 업주에게만 강요하는 건 너무하다"고 호소했다.
전자출입명부 제도는 코로나19 감염 고위험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역학조사와 접촉자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지역에 전자출입명부 작성 의무 업종으로 분류된 곳은 노래연습장 2천259곳, 유흥주점 1천45곳, 단란주점 568곳, 대형학원 236곳, 실내집단운동시설 161곳, PC방 794곳, 뷔페식당 44곳, 콜라텍 21곳 등이 있다. 헌팅포차와 감성주점, 실내스탠딩 공연장으로 등록된 업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는 노래연습장 7천547곳, 유흥주점 5천420곳, PC방 4천312곳, 단란주점 1천898곳, 학원 1천486곳, 실내집단운동시설 700곳, 콜라텍 62곳, 헌팅포차 24곳, 실내 스탠딩 공연장 1곳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와 각 기초단체 직원들이 직접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제도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수기로 명단을 작성하는 건 지양해달라고 한다"며 "시에서 업장마다 QR코드 승인 건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0건이거나 미비한 곳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박현주·김동필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