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형제복지원 피해자들 "양심고백한 수사검사 진상규명 수장 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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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 지역구사무실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는 당시 사건 수사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를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씨 제공

권위주의 정권 시절 벌어진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에 당시 윗선에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고 폭로한 수사 검사를 임명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8명은 4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광주시갑) 의원 지역사무실을 찾아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을 수사했던 김용원 변호사(옛 부산지검 울산지청 소속 검사)를 진상규명위원장으로 임명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참석한 피해자는 광주·부산 거주 각 2명, 인천·서울·창원·경산 거주 각 1명 등 8명이다. 안기권(광주시1) 경기도의회 의원도 배석했다.



광주에 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49)씨는 "진상규명위원장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형제복지원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며 "당시 수사검사로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김용원 변호사를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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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DB

다른 피해자들도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위헌성, 안산 선감학원과 5·18 광주민중항쟁 등 독재 정권이 자행한 국가폭력 사태에 대한 연구와 이해도가 높은 김 변호사를 진상규명위원장에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무부 훈령 410호는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담은 박정희 정권의 훈령으로 1975년 공포됐다. 이 훈령을 근거로 전국 곳곳에 세워진 수용시설 중 1곳이 형제복지원이다.

김 변호사는 박인근 형제복지원장을 기소한 검사였다.

피해자들은 "김 변호사가 당시 마지막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3천900명 수용자 전원 석방을 요구해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이후 반강제적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걸로 볼 때 김 변호사도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라고 했다.

박 원장 등은 1987년 1월 울주 운전면허 시험장 공사를 하며 수용자 180여명을 감금하고 노역에 동원한 혐의(특수감금, 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곳에서 거둔 박 원장 등 관리자들의 금전적 이득과 횡령액은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상부 압력으로 2년간 6억8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기소했다고 김 변호사는 고백했다. 형제복지원 전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도 못했다.

대법원은 박 원장 등의 혐의에 대해 원심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2차례 파기환송 끝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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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DB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5월20일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근거로 출범한다. 이날 개정안은 미래통합당이 문제삼은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조항을 삭제해 재석 171인 중 찬성 162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통과됐다.

과거사법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됐다. 이듬해인 2006년 4월부터 2010년 6월까지 4년 2개월 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가동했다.

활동기간 만료로 형제복지원, 6·25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을 조사하지 못하고 해산했으나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마지막 문턱을 넘으면서 45년 만에 인권유린 사건의 진상을 밝힐 전망이다.

조사 기간은 3년, 1년 연장 가능으로 정해졌다. 진실 규명 신청 기간은 법안 시행일로부터 2년이다.

이날 간담회를 연 소병훈 의원은 "중앙당과 청와대에 피해자들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1987년 부랑인 선도 목적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부산 형제복지원에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하게 한 사건이다.

1987년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형제복지원의 만행이 알려졌다.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이른다. 

/이윤희·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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