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인근 개관… 외형 '비행기 엔진'
첫 비행장교 이용근 등 일제저항 사료 전시
한반도 첫 비행 조선인 안창남 '금강호' 모형
2층 항공산업관, 인천공항의 위상 한눈에
'보잉 747기' 비행시뮬레이터 프로그램도
임정 첫 비행학교 '윌로우스' 개교일 맞춰
5일 개관… 코로나19 사태 영향에 휴관중

누구나 한 번쯤 비행기를 타봤을 시대가 됐고, 그만큼 비행기가 우리 생활에 밀접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철도, '공항' 버스가 생긴 것만 봐도 공항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공항 버스는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구'다.
지난 5일 국내 항공의 역사와 항공 산업 발전상을 담은 국립항공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국제여객 기준 세계 5위로 성장한 인천국제공항 등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발전을 알리고 항공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김포국제공항과 약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은 부지 면적 2만1천㎡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만8천593㎡ 규모로 지어졌다.

정부는 7월5일을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가 시작된 날로 보고 이날을 국립항공박물관 개관일로 정했다. 7월5일은 100년 전인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윌로우스(Willows)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 '윌로우스 비행학교'가 개교한 날이다.
1920년 일본과의 '독립 전쟁'을 선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먼저 눈을 돌린 건 '비행'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행기의 중요성을 느낀 임시정부는 비행대 창설을 결정하고 자금 확보를 위해 미국에 군무총장(현 국방부 장관)인 노백린(1875~1926) 장군을 보냈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Redwood) 비행학교'에서 비행 교육을 받고 있던 우리나라 청년들을 본 노백린 장군은 청년 6명과 미국에 비행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1920년 2월20일 우선 훈련기 없이 윌로우스 비행학교의 문을 열었다.
지역 언론 '윌로우스 데일리 저널'은 1920년 2월19일자 신문 1면에 'KOREANS TO HAVE AVIATION FIELD(한국인들이 비행학교를 가지게 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임시정부 비행학교 설립을 대서특필했다.

학교 설립에 결정적 도움을 준 건 캘리포니아에서 벼농사를 짓던 김종림(1886~1973)이다. 농사로 부를 축적해 '백만장자'로 불린 김종림은 자신의 땅 약 16만㎡와 학교 설립 자금으로만 2만 달러를 지원했다. 2만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억원에 이른다.
1920년 3월 19일자 신한민보에 '비행학교생도의 집합, 건장한 24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점을 보면 당시 임시정부 비행학교에 대한 한인 청년들의 관심도 적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윌로우스 비행학교는 같은 해 6월 학교에 훈련기가 들어오면서 7월5일 정식 개교했다. 이 학교에서 임시정부 비행장교 1호인 박희성·이용근 참위(현 소위)가 배출됐다. 윌로우스 비행학교는 현재의 공군사관학교 역할이었던 셈이다.
비행기로 일본에 맞서겠다는 임시정부의 뜻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김종림의 농장에 대홍수가 닥치면서 재정난 속에 이듬해 4월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지 1년 만에 폐교했지만, 정부는 임시정부 최초의 비행장교를 배출하기도 한 이 학교를 우리나라 항공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공군도 이 학교를 모태로 보고 있다.
7월6일 오전 찾은 국립항공박물관. 박물관 외형은 비행기 엔진을 가로로 눕힌 모양이었다.
내부는 1층부터 3층까지 우리나라 항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 6개 주요 전시실로 구성됐다. 항공 역사를 주제로 한 1층 전시실은 '대한민국은 시련의 순간에도 가장 높은 꿈을 꾸었기에 오늘날 전 세계 어디로든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됐다'라는 문구와 함께 항공 독립운동의 사료가 전시돼 있었다.
1호 비행장교인 이용근 참위의 비행사 면허증 원본과 강영문, 안창남 등 89명의 항공 독립운동가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윌로우스 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사용했던 'STANDARD J-1'기와 한반도 상공을 최초로 난 조선인 안창남(1901~1930)의 '금강호'가 눈에 띄었다.
금강호는 일본 현상우편비행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안창남이 1922년 12월10일 여의도비행장에서 열린 고국 방문 비행 때 탔던 비행기다. 날개 하단과 동체 좌측에는 비행기 식별 번호인 'J-TIAD'가 적혀 있었고, 동체 우측에는 한반도 그림과 함께 그의 이름 '安昌男'이 적혀 있었다.

안창남은 1922년 12월10일 동아일보에 게재한 수기를 통해 금강호를 '다른 보통 비행기의 반밖에 되지 못하는 아주 작은 비행기이며 80마력에 한 시간 110마일(시속 약 177㎞)의 속력을 가졌다. 조종하기에 극히 주의하지 아니하면 위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금강호는 일본에서 분리된 상태로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여의도비행장으로 옮겨져 재조립을 통해 국민 앞에 섰다.
금강호는 한반도 상공에서 약 5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행을 마쳤다. 당시 서울 인구가 약 30만명이었다고 하니 서울 시민 6명 중 1명은 금강호를 본 것이다. 수만 명이 지켜본 금강호는 약 100년이 지나 복원돼 국립항공박물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물관 1층에는 금강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첫 민간 여객기 '스테이션 왜건', 2013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4인승 민간 항공기 'KC-100 나라온' 등 13대의 비행기가 전시돼 있다.
3층에서는 '김포공항과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주요 관문 역할을 했다.
국립항공박물관 관계자는 "1940년대 김포비행장을 시작으로 1958년 국제공항 지정, 국내 최초 보잉747 취항 등 국내 공항 역사의 발전을 간직한 김포공항을 첫 번째 특별전 주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특별전에는 김포공항의 변천사와 정치·경제, 예술·체육 등 각종 분야 속 김포공항의 모습이 전시됐다. 1960년대 김포공항에서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는 광부·간호사, 1984년 방한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 김포공항 땅에 입을 맞추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모습 등이 담겼다.
김포공항이 우리나라의 과거 관문이었다면, 현재의 관문은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의 관문 역할은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욱 중요해졌다. 2009년 2천800만명 수준이었던 인천공항 이용객은 10년 만에 7천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제2여객터미널까지 개장했다.
인천공항의 모습은 박물관 2층 항공산업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의 항공 산업은 인천공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만큼 2층 전시실은 인천공항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2층 전시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강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됐다. '대한항공 167대, 아시아나항공 83대, 제주항공 40대…' 등 항공사별 항공기 등록 현황과 조종사·승무원 현황, 인천공항 주요 실적, 그리고 세관·검역소·관제소 등의 업무도 전시에 포함됐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비행 시뮬레이터였다. 시뮬레이터는 보잉 747-400기종의 조종석을 본떠 만들었다. 보잉 747-400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쓰이는 기종이다. 조종석 내부에는 2명의 조종사가 앉을 수 있으며 자동항법장치 등 수백 개의 버튼이 있었다.
기장 출신 교관의 도움에 따라 인천공항 상공에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조종간을 당기면 비행기가 상승하고, 밀면 하강했다. 이륙부터 비행, 착륙까지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노트(kn) 단위의 속도, 고도 등이 표시되는 계기판 역시 새로웠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인천공항 관제탑 체험, 승무원 교육 등 체험 공간이 전체 전시 면적(7천128㎡)의 약 35%를 차지한다.
박물관 3층 전시실 주제는 드론으로 대표되는 항공 산업의 미래다. 박물관 야외에는 노백린 장군과 6인의 항공 독립운동가(장병훈·오림하·이용선·이초·이용근·한장호), 대한민국 최초 여성 비행사 권기옥(1901~1988)의 동상도 있다.
총 6천9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우리나라 항공의 역사와 발전상을 볼 수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는 휴관 중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표시되는 전 세계 항공 박물관은 50여 개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전시된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항공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에 주로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박물관, 공군박물관 등이 있지만 항공 분야 국립 박물관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 초대 관장은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항공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정립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며 "국립항공박물관이 우리의 항공 문화유산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민, 특히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