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201010004750.jpeg
코로나19 여파로 12일 국내 한 플라스틱 재활용업체 작업장에 수거된 압축 플라스틱이 재활용 작업을 못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식품 접촉 부분에 '재생' 사용금지
수입산은 검사기준 없어 '역차별'
삼성전자·대형마트등 원재료 선호

"식약처 불합리한 기준, 업계 고사"

2020071201000502700023932
코로나19로 나타난 비대면 소비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며 플라스틱 제조·활용 업체는 웃음을 짓고 있지만, 재활용 업체들은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재활용 페트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외국산보다 국내산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태도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12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 세계의 페트병 수거량은 1천280만t으로 그 중 절반이 넘는 590만t(56%)가량이 섬유에 사용됐다.

전 세계 폴리에스터 섬유의 15% 가량이 바로 페트병 등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다. 현재 제품의 70%를 페트병을 활용해 만들고 있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제품군 전체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 예정이다.

유명 브랜드 아디다스와 나이키 역시 각각 제품의 50% 이상, 운동화 제품군의 50%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만들고 있다.

컨버스·H&M·자라·팀버랜드·노스페이스 등도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류뿐 아니라 음료와 자동차 제조업체까지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코카콜라(스웨덴 코카콜라 올해부터 재활용 페트병 100% 활용), 볼보(2025년까지 신차에 재활용 플라스틱 25% 활용), 아우디(직물의 89% 재활용 페트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유명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페트 재활용 제품을 활용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내 기업의 상황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대시보드에 페트 재활용 제품을 활용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국내산이 아닌 일본산 재활용 원료를 고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제작하고 운반하는데 쓰이는 플라스틱 선반(트레이)에 신제(석유에서 처음 뽑아낸 플라스틱)와 재활용을 섞어 사용한다.

이뿐 아니라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포장용기 제조에 재생원료를 사용하길 기피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 호황을 맞은 플라스틱 포장용기 제조업체도 재활용 페트 대신 석유에서 갓 뽑아낸 버진 칩(원재료)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입산과 국내산에 대한 정부의 이중잣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식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부분에만 재활용 합성수지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일회용 컵이나 식기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산 재활용 플라스틱의 질이 낮아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지만, 수입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에 대해선 품질을 선별할 검사 기준조차 없어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재활용 페트를 사용한다고 덜 안전한 것도 아닌데 일본산을 쓰고, 먹고 마시는 용도도 아니고 제품을 이동시키는데 쓰이는 파트에 신제·재활용 혼합을 고수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재활용을 쓰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식약처의 불합리한 기준으로 재활용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