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돼 인천시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14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의 한 빌라에 사는 주민이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어 원당동과 당하동 등 검단 지역에서 비슷한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관련 민원은 이날까지 총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벌레 유충이 발생한 곳은 2년 전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공촌정수장 권역이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관계기관과 함께 긴급 비상회의를 열어 원인 분석을 한 결과 유충은 여름철 기온이 상승할 경우 물탱크나 싱크대의 고인물에서 발생하는 실지렁이 모양의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유충이 발생한 신고 지역은 배수지(저장탱크)를 거치지 않고 정수장에서 가정으로 수돗물이 직접 공급되는 빌라 지역이다. 인천시와 관계기관은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가정까지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 일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수자원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신고 지점의 수질을 파악한 결과 모두 관련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확인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재발방지를 위해 활성탄 여과지를 활용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표준공정으로 전환해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했다. 또 여과지 세척 주기를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고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인천시는 서구 왕길동(7천845가구), 당하동(1만5천99가구), 원당동(4천418가구) 지역 주민에게 가급적 먹는물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 교육청은 이날 도성훈 교육감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어 인천 검단지역 5개 동 소재 유치원과 학교 39곳의 급식과 먹는물 이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