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유충이 발견된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Kwater 경기동남권지사 화성권관리단 화성정수장.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경기도내 화성·평택 등 9개 시설
따뜻하고 습한 환경 번식에 최적
"깔따구, 작은 틈만 있어도 침투"
미세방충망·매뉴얼 개정 목소리

'유충 수돗물'을 공급한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밀폐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의 활성탄(숯) 여과지가 외부에서 유충 등 이물질의 유입을 막을 수 없는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며 밀폐 설비를 정비하지 않는 한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활성탄 여과지가 있는 경기도의 지방상수도 정수장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 정수장 중 외부 이물질 유입을 막는 밀폐형으로 분류된 정수장은 수원 광교, 파주 문산, 광주 광주2, 수공 고양정수장 등 4곳 뿐이다.

광주2정수장은 밀폐형인데도 방충망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방형 정수장은 유충이 나온 수공 화성정수장을 비롯해 평택 유천, 김포 고촌, 수공 덕소·반월·성남·수지·시흥·일산정수장 등 9곳이다.

경기도의 한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여과지 /경인일보DB

인천광역시 공촌(개방형)·부평(밀폐형)정수장에서 나온 유충이 도내에서는 수공 경기남부권관리단이 맡은 화성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표층(윗부분)에서 발견된 것은 개방형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와 학계는 개방형일 경우 정수장 외부 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전문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정수장이 산속에 있어 벌레 유입은 당연하다"며 "자주 청소(관리)를 하지 않으면 벌레가 서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정수장은 습하면서 따뜻해 벌레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라 해치(hatch)로 여닫는 완전 밀폐 설계를 도입하기 전까지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정수처리기준해설서를 보면 활성탄지 개폐에 대한 규정이 없다. 외부 이물질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밀폐형 처리시설(인천 부평·수공 화성)에서도 알을 깔 만큼 깔따구는 작은 틈만 있어도 서식이 가능하다"며 "미세방충망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고 고도정수처리 시설에 대한 유지 개선·보완 운영 매뉴얼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공은 유충과 알을 찾고 추가 유입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공 관계자는 "활성탄지에서 유충이 나와 표층 외 깊숙한 곳에서도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며 "벌레 침투를 막고자 활성탄 여과지 시설에 미세방충망을 추가 설치하고 이중으로 밀폐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여과지 /경인일보DB

주거지 등 유충 발견 민원 신고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22일 오후 8시 기준 도내에서만 총 237건이 접수됐다.

도 관계자는 "환경부 긴급 점검에 따라 각 지자체 관할 지방정수장의 개폐 여부를 현장 점검하고 보완하고 있다"며 "유충 관련 민원 중 정수장 유충이 도민 수도꼭지까지 간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