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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 지출 인천 61.8% 전국 두번째… 경기 54.2%
교통망 좋아져 서울 쇼핑·통근·통학 비율 높아진 탓
새 노선 개통 유동인구 늘어도 상권엔 도움 안돼


인천은 전국에서 역외소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경기도도 전체 소비 중 역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지난해 신한카드, 하나카드 사용 명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역외소비율은 61.8%로,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세종시(75.6%)를 제외하면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인천시민이 지난해 1천원을 썼다고 가정하면 인천에선 382원만 사용하고, 서울 등 타지에서 618원을 소비한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경기도의 역외소비율은 전국에서 5번째로 낮은 54.2%로 집계됐는데, 그래도 500원 이상을 다른 지역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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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돈을 사용한 지역은 '서울'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조사 결과, 경기도의 역외소비 가운데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84.4%에 달한다. 인천지역 역외소비 중 70.6%는 서울에서 사용됐다.

서울은 쇼핑이나 문화 등 소비관련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철도 등 교통망의 발달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다 보니 경쟁력이 취약한 인천이나 경기 지역의 소비가 강한 지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빨대 효과'(Straw Effect)가 빚어지고 있다.

철도 등 교통망이 좋아지면서 서울에 직장이나 학교를 둔 인천·경기 주민이 많아진 것도 역외소비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집계 결과를 보면 2015년 기준 경기도 전체 통근·통학 인구(702만7천명) 가운데 17.8%에 달하는 127만7천명이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사람은 19만1천명으로, 전체 인원(164만2천명)의 11.5%나 된다. 서울에서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주 생활 공간인 서울에서 돈을 쓰게 되면서 역외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인천연구원 지역경제연구실 조승헌 연구위원은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인천·경기 사람들의 소비액이 1천원 늘어난다고 했을 때, 800~900원 정도는 서울에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광역급행철도(GTX) 등 서울로 향하는 교통 접근성이 계속 개선되면서 규모가 큰 서울의 소비액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외소비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인천·경기지역 상권들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과 수원을 잇는 신분당선이 완전 개통됐을 당시 수원 광교나 성남 정자, 미금역은 상권이 오히려 위축되는 상황을 맞았다.

신분당선 개통 이후 학생들을 비롯한 직장인들의 서울 진입이 수월해지자 서울에서의 소비가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주안역 인근 한산한 역세권
타 지역에서 소비활동을 하는 '역외소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은 역외소비 중 70.6%는 서울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 북부역 출구 앞 거리에서 문을 닫은 상점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기획취재팀

이로 인해 수원 광교나 성남 정자, 미금역 인근 상권은 매출 감소, 상가 공실률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2016년 7월 인천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인천 지하철 2호선 환승역이 된 주안역도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지하상가나 주변 상가의 매출액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따른 주안역 상권의 변화 연구'를 보면 주안역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30%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개통 이듬해인 2017년 5월 주안역 주변 상권 매출액은 약 519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 약 559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7.2%나 줄었다.

주안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수도권에 철도 1호선만 다닐 때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하철로만 환승하다 보니 오히려 지역 상권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주거용 소형 오피스텔만 늘어나고, 지역 상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관계자는 "광역급행철도(GTX)와 신분당선, 서울 지하철 연장 등 서울과 인천·경기 간의 교통망이 늘어날수록 (인천·경기 주민의) 서울 소비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를 인천·경기로 유입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인근서 돈 쓰도록 지자체간 접근성 높여야
서울·비수도권 소비 유입책 있어야 지역경제 보탬
역세권 쇼핑·문화·교육 등 특색있는 개발 제안도

 

# 철도망 발달 부작용 '빨대효과' 대책 절실

수도권 지역 철도망이 서울 중심으로 구축되면서 '빨대효과'로 인한 역외소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화폐를 도입하는 등 지역 내 소비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천시나 경기도 입장에선 역외 소비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민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돈을 쓰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 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

주안역 인근 역세권 매물 붙은 공인중개사무소
타 지역에서 소비활동을 하는 '역외소비율'이 가장 높은 인천은 역외소비 중 70.6%는 서울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 북부역 출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주안역세권을 알리며 내놓은 매물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기획취재팀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 부평에서 2023년 문을 여는 청라 스타필드를 가는 시간과 서울 소공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고, 의정부에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까지는 1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고양 킨텍스까지 가는 데는 2시간이 넘는다.

부평이나 의정부 주민들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세계 본점이나 코엑스를 당연히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장을 역임한 김하운 인천시 경제특보는 "서울을 오가는 것이 더 편리한데 지역 소비를 살리고자 굳이 인천·경기에 있는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역내소비도 자연스레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와 경기도내 교통망이 철도 중심으로 확충돼 역내 소비가 증가할 수 있지만 서울과 비수도권의 외부 소비를 유입시킬 방안도 마련돼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지난해 신한카드·하나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경기지역의 역외소비율은 각각 61.8%, 54.2%로, 타 지역 사람들이 인천·경기에서 사용한 인천·경기 외부 소비유입률 36.0%와 39.9% 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인천·경기 외부 소비유입률도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매출이, 경기도는 전자상거래 업체 본사 수익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감안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이 되는 소상공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실질적인 지역 상권엔 별다른 도움이 못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세권 주변을 쇼핑이나 문화, 교육기능을 갖춘 구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역 주변에 쇼핑·문화시설이 있으면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 수인선 개통으로 교통편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관광객이 증가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사례처럼 외부 소비유입률을 높이려면 인천·경기만의 특색있는 쇼핑이나 관광 명소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 이상대 선임연구위원은 "광명시는 코스트코, 이케아 등 대형 쇼핑시설을 유치해 서울 등 외부의 소비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며 "철도로 인한 빨대효과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역세권을 개발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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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글 : 문성호, 김주엽차장, 이원근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