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임야서 'pH 14 강염기성 물질' 흘러나와 지표면 변색·악취
주변 주민들 안길천·지하수관정 등 식수원 위협 우려 대책 촉구
화성시 향남읍의 한 식품공장 조성부지에서 알칼리 도수가 높은 강염기성 오수가 흘러나와 지하수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악취가 나는 오수가 하길리 농민들이 농업용수로 쓰는 안길천과 각 지하수 관정으로 흘러들어가 식수원을 위협하고 있다며 화성시 등 관계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일 오후 3시께 찾은 하길리 937의6(면적 5천921㎡) 임야에는 매립됐던 재활용골재에서 구정물이 흘러나오며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민간 환경감시원이 지표면으로 흘러나와 주변을 노랗게 변색시킨 문제의 오수를 떠서 리트머스 시험지에 담갔더니, 시험종이가 pH 14.0을 나타내는 푸른빛을 띠었다. 강염기성인 것이다.
주민들은 예고된 재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토지를 공장으로 개발하려던 사업시행자가 지하에서 양질의 암반이 나오자 채석한 뒤 재활용골재를 15m가량 매립해 오염물질이 흘러나올 염려가 늘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폐자갈이 섞인 골재가 물을 머금고 있다가 식수원을 위협하는 구정물을 뿜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길리 주민 A씨는 "비가 많이 오면서 물이 콸콸 쏟아졌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물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거품도 많이 난다"며 "pH 14는 양잿물보다 나쁜 수질"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해당 임야에 매립된 재활용골재의 성분을 검사하고 모두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성이 있는 물 때문에 마을 전체의 농사를 망치고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토지주는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현장을 찾은 토지주는 "문제가 더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하고 마을 주민들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는 우선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 조처를 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오염원 여부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허가 민원 관련 부서에서 환경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절차를 중지하고 대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