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 년 전, 장장 67일간 이어진 '붉은 수돗물 사태'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재였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상수도 행정 혁신을 통한 재발방지를 인천시민들에게 약속한다. "피해원인 제공과 초동대응 문제, 회복기간이 길어진 점에 대해서 거듭 사과 드린다"면서 대수술을 예고했다. 예산, 인사, 조직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상수도 위기관리 대응 표준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인적 쇄신 차원에서 시민안전본부 직원들을 대폭 물갈이한 것도, 시 스스로 감사원에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한 감사를 의뢰한 것도, 부서 칸막이를 없앤 재난·안전 통합룸 운영을 시작한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최근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에 대한 합동 정밀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깔따구 유충의 산란처가 되기 쉬운 정수장이 제대로 밀폐되지 않은 채 운영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충이 처음 발견된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의 활성탄 정수장 건물은 방충망이 있지만 깔따구 성충 유입이 쉬운 구조였다. 활성탄지는 여러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어 이들을 먹이로 하는 유충이 산란하기 적합함에도 주변 환경으로부터 완벽한 밀폐가 이뤄지지 않았다. 활성탄지 세척 주기는 유충 발생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짧지 않았다. 활성탄지 하부 집수장치도 유충 유출을 막을 만큼 미세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이달 중 추가 조사 후 최종 조사결과 발표 때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사태 역시 꼼짝없이 인재다. 사태의 진앙지가 된 공촌정수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직후인 지난해 9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던 곳이다. 인천의 4개 정수장 가운데 일반 정수처리 과정에서 제거되지 않는 유기오염물질 등을 오존살균과 활성탄 흡착 방식으로 없애는 유일한 시설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의 원인들을 잘 걸러낸다 자랑했는데 가장 원시적인 원인은 눈 뜨고 방치한 셈이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인재'라는 말이 하도 자주 쓰여서 인천시 공무원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인재(人災)란 무능하고, 태만하고, 무사안일하고, 복지부동하고, 솔직하지 않은, 그 모든 것의 총합(總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