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물범
인천 백령도 점박이물범 인공쉼터가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일부 훼손됐다. 지난 27일 찍은 사진과 지난해 찍은 인공쉼터 사진(작은 사진)을 비교하면 쉼터 상부가 무너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해물범시민사업단 제공

태풍 관통후 섬상부 바위 훼손 확인
2018년 조성후 300여마리 '보금자리'
해수부 "안좋은 영향 확인땐 보수"


점박이물범 서식지 확대를 위해 만든 백령도 인공쉼터가 최근 태풍 '바비'에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섬 형태인 인공쉼터의 안전 진단과 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모니터링하는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은 지난 27일 점박이물범 인공쉼터가 태풍 '바비'에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섬 상부에 있던 바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태풍 '바비'는 27일 새벽 백령도 인근을 관통하다시피 지나갔다.

해양수산부가 조성한 이 인공쉼터는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만들어졌다. 백령도는 황해 개체군에 속하는 약 1천200마리의 점박이물범 중 300여 마리가 3월부터 11월까지 서식하는 곳인데, 휴식을 취할 바위 등의 공간이 부족해 물범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점박이물범은 먹이를 찾거나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물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특성이 있어 휴식 공간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쉼터는 조성 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계속해서 물범의 휴식 모습이 관찰되는 등 보금자리로 자리 잡는 중이어서 태풍 피해로 인한 환경 변화가 물범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백령도 내 점박이물범 주요 서식처는 인공쉼터 1곳과 두무진바위, 물범바위 등 3곳의 자연 바위가 꼽힌다. 다른 곳과 달리 인공쉼터는 사람이 조성한 까닭에 이번 피해로 섬 전체에 대한 안전 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환경단체의 의견이다. 인공쉼터는 길이 20m, 폭 17.5m, 상부 노출면적 350㎡ 규모다.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물범들이 새로운 휴식처에 적응하던 중에 서식 환경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 피해가 물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인공쉼터가 물범의 휴식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전 진단을 하고, 필요하다면 보수까지 이뤄져야 한다. 인공쉼터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일단 물범이 쉼터가 훼손된 이후에도 이곳을 계속 이용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태풍 피해가 물범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면 보수 계획을 수립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