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절개후 뇌신경에 전극 삽입… 비정상 뇌파 억제·교정
외과 수술보다 시술 용이 '환자 부담·부작용 발생' 줄어
뇌전증은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뇌질환으로 분류되는 중요 질환 가운데 하나다. 과거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뇌전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전증 발작이 24시간 이내 2번 이상 발생할 때 진단된다. 약물치료 방법이 있고, 약물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후두엽이나 병소를 외과적으로 절개하는 제거술 등의 치료법이 있다. 외과적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도 크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 전후로 세심한 주의도 요구된다.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뇌전증은 미주신경 자극술로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약물로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시술로 환자 부담이 적으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는 것.
미주신경 자극술은 뇌신경 중 하나인 10번 뇌신경(미주신경)에 전극을 삽입, 뇌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뇌파를 억제하거나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체내에 설치된 미주신경자극기는 직접적으로 뇌전증 유발 병소를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뇌전증을 호전시키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일으키고, 뇌혈류량을 증가시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주신경자극술은 특히 부작용이 적은 효과적인 뇌전증 치료법이다.
박광우 교수는 "미주신경 자극술은 최소침습적으로 비교적 시술이 용이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며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에게 미주신경자극기를 설치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말했다.
미주신경자극기를 체내에 이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왼쪽 목을 5㎝ 정도 절개한 후 '목혈관신경집'을 분리해 그 안에 미주신경을 떼어내 전극을 감으면 된다. 이후 가슴에 전류발생기를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환자의 뇌전증 증상 빈도를 살펴보고, 전류 크기를 조절해 맞춤 치료가 이뤄진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뇌전증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발현될 때마다 대뇌 신경세포들의 손상이 심해지며 증상의 빈도가 잦아지거나 강도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우 교수는 "뇌전증의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뇌전증을 완벽하게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며 "뇌전증도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