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경인 구간이었던 서울외곽순환도로
30여년만에 지역 정체성 살린 이름 되찾아
수인선도 25년만에 협궤→광역철도 재개통
서울중심 탈피 지방시대 공동발전 노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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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수도권에서는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가 그랬듯이 서울 또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적·물적 자원의 중심지이니 이의를 달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수도권의 교통망은 주로 중심(서울)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방사형 노선이 아닌 순환형 노선에까지 저변에 서울 중심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의 명칭을 통해 표면화된다. 단적인 예가 '고속국도 제100호선'이다.

거의 모든 구간이 인천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지난달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였다. 총연장 127.8㎞ 구간 중 서울을 지나는 구간은 극히 일부인데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이름은 무려 30여년 간 사용됐다. 이 도로명은 인천과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안산, 시흥, 부천, 김포, 고양,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이 마치 위성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다시 말해 이들 도시의 이미지를 '위성도시'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좀 거칠게 말해 이들 도시를 서울에 의존하는 변두리로 전락시킨 셈이다.

경기도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 변경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도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이름을 얻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 도로명은 지난 1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도로 표지판도 바뀌었다.

'교통이 편리하면 그만이지 이름이 뭔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속국도 제100호선'의 명칭변경은 단순한 '네이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인천과 경기도권 도시들로서는 서울의 그늘에서 벗어난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바뀐 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단 몇 글자 바꾸는 일 같지만 변화의 결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격'을 표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나고 경인지역 교통망에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수인선'이 기존의 협궤노선 폐선 이후 25년만에 광역철도로 탈바꿈해 완전개통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도권의 교통망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있다. 특히 광역철도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잇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철도의 이름은 서울 경(京)자로 시작한다. 이러한 교통 시스템 속에서 유일하게 인천과 경기도 도시를 연결하는 '신개념'의 철도노선이 바로 '수인선'이다. 이름도 수원과 인천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물론 분당선과 직결운행체제를 갖추는 등 수인선 또한 서울로의 이동성을 염두에 두긴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인선'은 인천과 시흥·안산·수원 등 경기도 도시 간의 독자적인 연결성에 방점을 둔 노선이다. 그래서 수인선은 지방자치시대에 적합한 노선이라 할 수 있다. 경인지역 자치단체 및 시민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다변화시키는 데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인선 완전개통의 의미가 단순히 수도권 교통망을 확충한 것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이제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과 경기도의 중심도시인 수원 사이에 레일이 새로 깔렸다. 고속국도 제100호선도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았다. 수인선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경인지역 도시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나아가 공동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