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절도 불구 소규모 이유
경찰 신고 어렵고 CCTV 없어

"서리도 절도입니다."

수원 칠보산 인근 밭에서 파·고구마·배추·상추 등을 키우는 이모(75)씨는 최근 배추 10여포기를 도둑맞았다. 수확일만 기다렸는데 애지중지 키우던 배추가 일부 사라진 것. 이씨는 "근처에 CCTV도 없고 도둑맞은 배추 수도 많지 않아 경찰에 신고도 못 했다"며 "올해는 김장을 빨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선구 탑동의 주말농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수개월간 아이들과 함께 소중하게 키워온 땅콩과 고구마 등이 훼손당하거나 도난당한 것이다.

해당 농장은 수원시에서 운영한다. 시는 탑동시민농장 1천500계좌(각 16㎡), 두레뜰 공원 139계좌(각 10㎡), 물향기 공원 163계좌(각 10㎡), 청소년 문화공원 78계좌(각 10㎡) 등 총 4개소 1천880계좌를 시민들에게 8개월간 빌려준다. 이 중 탑동시민농장은 계좌당 1만5천원의 체험료도 받았다.

시민 A(47·여)씨는 "수확할 시기에 아이들이 보채서 기분 좋게 나갔다가 도난·훼손당한 텃밭을 보니 다신 농장을 가꾸기 싫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도심 외곽에 소규모 주말농장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수확기가 도래하자 가을 서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리도 엄연한 절도인데, 소규모인 탓에 경찰 신고하기도 어려운 데다 밭이 야외에 있어 인근 CCTV를 조회해 찾을 수도 없다. 애꿎은 시민들 속만 타 들어가는 실정이다.

수원시는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인근 지구대에도 협조요청을 해 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아침 시간대에 열린 쪽문 쪽으로 일부 시민들이 들어와서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쪽문은 걸어 잠갔고, 아침 시간대 위주로 단속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확기에 집중되는 만큼 수확기에 한정해 QR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