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교수, 자서전에 경험 소개
'전염병 피해' 주장하는 책도 나와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국민방위군(6월 15·16·17일자 1면 보도=[잊힌 군인들 '국민방위군'·(1) 70년 만에 돌아온 선임하사의 일기] '대책없는 징집' 수많은 희생에 책임도 없었다)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이정식(89)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국민방위군 경험을 소개했다.
국민방위군의 일기를 남긴 고 유정수씨(1925~2010)와 마찬가지로 1950년에 국민방위군으로 활동한 그는 피복이나 보급식과 같이 기본적인 국가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이동하며, 민가에서 식사를 얻어먹어야만 했던 열악한 환경을 설명한다.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유씨의 일기에서도 이 교수의 증언처럼 민가에서 식사거리를 얻고, 때론 국민방위군이 민가에서 행패를 부린 일(6월 16일자 3면='진중일지'쓴 유정수는 누구인가)이 소개돼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이임하 교수는 '전염병'을 매개로 국민방위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전염병 전쟁'을 최근 펴냈다. 이 교수는 대부분 동사·아사로 피해를 입은 줄 알았던 국민방위군이 실은 발진티푸스라는 전염병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한랭지역의 이(louse)를 통해 감염되는 발진티푸스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염이 일어나는데, 징집 후 이동 과정에서 수십 일 가량 씻지도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합숙을 한 탓에 국민방위군 감염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급히 징집돼 남하한 국민방위군은 교육대에 도착한 뒤엔 피복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피복 보급은 이뤄지지 않아 60일 가량 단 한 번도 옷을 갈아입지 못한 사례도 있다. 교육대 역시 환경이 열악해 20~30명씩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기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전염병의 확산을 초래하는 이유가 됐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민방위군 역시 초등학교 강당에서 500~600명이 밀집 거주했던 열악한 상황(6월 19일자 1면 보도=총이 없어 죽창으로 훈련… '국민방위군' 생존자 첫 증언)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임하 교수는 미8군 사령부 아래 있는 주한 유엔 민간원조 사령부(UNCACK)의 자료를 토대로, 국민방위군의 발진티푸스 피해는 국가가 초래한 '사회적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