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심사3
문태준 시인
이번 응모작들은 일상성에 노출된 실업, 가족, 반려, 생태 등을 소재로 한 사회적 문제에서부터 코로나19를 반영하듯 감염과 질병 등에 주목하며 삶의 보편적 중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가운데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도모하는 다채로운 경향의 시편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층위를 건드리는 시편들을 통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의 자리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모던한 시적 상상력으로 고유한 사물을 새롭게 견인하면서 긴장감 있게 구현하고 있는, 10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했다. 또한 예심을 거친 작품들은 은유의 한계를 유연하고 감각적인 발상으로 작동시키면서 시어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의 특질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평균화된 시작에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춘문예심사1
권성훈 문학평론가
그러나 예심 작품들 중에서 구체화되지 못한 묘사들과 관념어들이 오히려 번뜩이는 상상력에 균열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황정현씨의 '핑고'와 강현주씨의 '고양이' 등 두 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놓았다.

이 두 작품 모두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존재의 모순을 해체하여 시적 언어로 편입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행간까지 존재적 사유와 확장된 미학을 끝까지 선보인 '핑고'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정연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핑고'는 담담한 어조로 '빙산'의 푸른 내부를 응시하면서 '무덤 속 얼음'이 '흙을 밀어 올리는' 생명의 신생과 사멸에의 '언어적 밀행'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신예로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끝까지 입을 모았던 후보작 역시 공교롭게도 '빙하'의 '너울거리는' 생명에의 내부조직을 '강렬한 축문'으로 읽어내는 냉담한 시선과 사물을 여과하는 치열한 시적 안목을 높이 평가했지만 아쉽게도 최종심에서 거쳤다.

심사위원/문태준 시인,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