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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극지의 순록은 우아한 뿔을 가졌다
거친 발굽으로 수만 년을 걸어왔다

죽은 자식을 동토에 던지며 발길을 돌려야 했고
비틀걸음으로 얼음산을 넘어야 했고

살점을 떼어 어린 자식의 배를 불려야 했고
뿔을 세워 침입자에 맞서야 했고

온몸을 쏟아 무리를 지켰다
죽어서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치열한 싸움에서
늘 이기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 무덤을 등에 지고 돌아왔다
무덤은 살고 당신은 죽었다

무덤 속에서 얼음이 자라고 있다
얼음은 흙을 밀어 올려 산이 될 것이다

얼음의 계절이 오면 순록은
바늘잎나무숲으로 순례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당신의 길이 보인다.